김혁민, 더이상 기복이 없어야 하는 이유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7-12 10:21


한화 토종 에이스인 김혁민의 과제는 게임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들쭉날쭉한 피칭을 최대한 줄이는 일이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더 이상 기복이 없어야 한다.

보통 감독들은 기복이 심한 투수들을 가장 싫어한다. 한 경기서 호투하고 다음 경기에서 부진을 보이면 짜증이 난다고 하는 감독도 있다. 지난 경기 결과를 믿고 내보냈는데 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일이 잦으면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화 김혁민은 올시즌 기복이 심한 대표적인 투수다. 잘 던진 경기와 못 던진 경기의 비율의 거의 비슷하다. 하루 호투하고 나면 다음 경기 때 제구도 안되고 난타를 당하는 전혀 다른 모습의 투수가 된다.

김혁민은 11일 대전 두산전까지 올시즌 19경기 가운데 16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했다. 그 가운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6번이며, 5점 이상 허용한 경기는 7번이나 된다. '극과 극'의 피칭을 했음을 기록상으로도 알 수 있다. 평균자책점은 5.52로 규정이닝을 넘긴 투수 31명 가운데 30위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날 두산전에서 김혁민은 올시즌 최다인 8이닝을 던지면서 2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시즌 5승째를 따냈다. 지난 6일 SK전에서 5⅔이닝 5안타 3실점으로 승리를 따낸데 이어 2연승을 달렸다.

분명 달라진 점이 보인다.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에 신경을 쓰고 던진 것이 호투의 원동력이 됐다. 김혁민의 주무기는 150㎞에 이르는 빠른 공과 포크볼이다. 포크볼은 체인지업성으로 떨어지는데 타자들의 타이밍을 잡는데 효과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김혁민은 이같은 좋은 구위의 구종을 가지고 있음에도 힘으로 밀어붙이는 투구를 하려다 난타를 당하는 경기가 많았다. 피홈런 17개는 전체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힘을 앞세운 피칭을 하다보니 제구력이 떨어지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던진 공이 종종 장타로 연결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날 김혁민은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면서도 낮은 코스의 제구와 효과적인 변화구 사용으로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를 꽁꽁 묶었다. 두산 타선이 김혁민으로부터 뽑아낸 안타는 4회 민병헌과 6회 양의지의 좌전안타 뿐이었다. 볼넷은 2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앞으로 김혁민이 어떤 피칭을 해야하는지 그 답을 찾은 경기였다.

한화는 선발투수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야 성적이 좋아지는 팀이다. 불펜이 약하기 때문이다. 선발이 6~7회까지 버텨주고 최근 살아난 타선으로 대등한 내용의 경기를 펼친다면 승산을 높일 수가 있다. 하지만 선발이 5회 이전 조기 강판할 경우 불펜 자원이 넉넉치 못하기 때문에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선발투수가 어쩔 수 없이 6회 이상 던진다 하더라도 5점 이상 대량 실점을 할 경우에도 이길 확률이 '제로'에 가까운 팀이 한화다.

현재 한화는 바티스타와 이브랜드, 두 외국인 투수와 김혁민이 붙박이 선발로 던지고 있다. 바티스타는 지난 6월2일 NC전에서 시즌 5승을 챙긴 이후 4경기 연속 무승에 그쳤다. 구속이 급격히 줄면서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브랜드는 여전히 들쭉날쭉하다. 4,5선발은 상황에 따라 젊은 투수들이 맡고 있는 형편이다. 토종 대표 투수인 김혁민이 꾸준히 잘 던져야 하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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