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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은 푸이그에 열광할까, 한국의 푸이그를 기대하며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7-11 12:24


쿠바산 괴물 푸이그는 한달 만에 미국 야구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 매력의 비결은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에서 찾을 수 있다. 다저스 구단에서 스페인어 통역을 맡고 있는 팀 브라보와 포즈를 취한 푸이그. LA=곽종완 통신원

100년이 넘은 미국야구에서도 한달 만에 이렇게 강한 인상을 준 선수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LA 다저스 루키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23)는 지난 6월 내셔널리그 MVP에 뽑혔다. 그의 올스타전 출전 여부를 두고 찬반 대결이 일었다. 한쪽에선 푸이그 같은 괴물 신인이 올스타전에 뛰게 해야 팬들이 열광한다고 했다. 다른 한편에선 겨우 한달 반짝 했다고 올스타전에 출전시키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현재 푸이그는 올스타전 파이널 보트(최종 5명의 후보를 놓고 팬투표)에 올라 있다. 1위 여부와 상관없이 '푸이그 열풍'은 2013년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미 굵직한 한줄을 그었다.

푸이그는 이미 LA를 넘어 미 전역에서 가장 '핫(뜨거운)'한 선수가 됐다. 미국 언론들은 푸이그 소식을 거의 매일 전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그의 올스타전 출전 여부가 핫 이슈가 돼 있다. LA 다저스는 오는 15일을 '푸이그 티셔츠 데이'로 정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다저스에 복덩이 같은 존재다. 다저스팬들은 푸이그를 다저스의 새 마스코트 쯤으로 여긴다.

푸이그 열풍의 시작은 그의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처음부터 잊지 못할 강한 인상을 주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한 달 동안 44안타를 쳤다. 1936년 5월 레전드 조 디마지오의 48안타에 맞먹는 기록적인 출발이었다. 푸이그가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데뷔한 게 지난달 4일이다. 그후 다저스는 10일까지 21승13패를 기록했다. 다저스의 팀 순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지난해 6월 29일 다저스가 푸이그와 7년간 총액 4200만달러에 계약했을 때 너무 많은 돈을 썼다고 꼬집었다. 사이닝보너스가 1200만달러였고, 푸이그의 2013년 연봉은 200만달러다. 미국 언론에 푸이그는 그 때까지만 해도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쿠바에서 야구를 하기 위해 멕시코로 망명한 풋내기였다. 그는 지난해 애리조나 루키리그에서 뛰었고, 이번 시즌 출발은 더블A였다. 그러다 지난달 3일 메이저리그 40인 명단에 올랐다.

푸이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기존 선수들과 차별화가 됐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경기전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선 경기전 대부분의 선수들이 언론 인터뷰에 응한다. 그는 경기가 끝나고도 기자들을 피한다. 푸이그는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미디어에 대한 불신의 경험을 털어 놓았다. 쿠바 대표 시절, 네덜란드 원정 경기를 갔다가 그곳에서 가게 물건을 훔친 게 보도된 적이 있다. 그는 "미디어는 나의 처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명성을 얻고 싶지 않다. 불펜과 덕아웃에는 얘기를 하고 싶어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팬들에게 화끈한 쇼맨십을 보여준다. 푸이그는 쿠바에서 다듬어지지 않는 훈련을 받았다. 체계적인 야구 교육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는 지난달 27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평범한 단타를 치고 2루까지 내달리다 주루사를 당한 적도 있다. 냉정하게 보면 무모한 플레이다. 무리한 수비로 상대에게 한 베이스를 더 주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은 그의 허슬 플레이에 열광하고 또 큰 박수를 보낸다.

푸이그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열정적인 선수로 꼽힌다. 그의 몸속엔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샘솟고 있는 것 같다. 타석에서 두려움을 찾기 힘들다. 초구부터 기다림없이 방망이를 휘두른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푸이그의 자질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성장하는 모습을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푸이그는 "나는 어릴 때부터 공격적인 스타일의 선수였다. 하지만 내가 요즘 실수를 할 때마다 팀 동료 핸리 라미레즈, 애드리안 곤잘레스 등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가르쳐준다. 좀더 차분하게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걸 배우고 있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는 푸이그 같은 괴물급 뉴 페이스의 등장을 갈구해왔다. 팬들은 자꾸 새로운 걸 찾게 마련이다. 국내 야구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볼거리를 찾아야 한다. 침체된 아마야구에서 한국의 푸이그 같은 괴물 신인이 나오기 어렵다는 야구 관계자들의 푸념은 더이상 필요가 없다. 고교야구팀이 50여개 밖에 되지 않아 자원이 부족하다는 건 식상한 변명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는 팀 수를 늘리는데 집중할 게 아니라 이제부터 푸이그 같은 볼거리를 발굴해야 한다. 국내에 없다면 외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가 계속 2명(9구단 NC와 10구단 KT는 3명)에 머물러 있는데 3명으로 늘려야 한다. 외국 에이전트가 국내 야구 시장을 우습게 보고 외국인 선수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고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인 선수 한도를 늘리는데 주춤해선 안 된다. 퓨처스리그(2군)에라도 싼값에 유망주를 데려와 국내선수들과 경쟁 속에서 키우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지금 처럼 1군에 2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게 묶어 두면 된다. 외국인 투수 쏠림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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