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장시간 무승부'가 남긴 소득은?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6-27 11:32 | 최종수정 2013-06-27 11:32


◇KIA 박지훈의 역투하는 모습. 스포츠조선 DB

또 다시 확인된 현상. 역시나 긴 휴식은 타자들의 방망이에서 날카로움을 사라지게 한다. 9연승의 매서운 상승세를 타던 KIA가 무려 5일을 쉬고 6일째 치른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KIA는 지난 26일 광주구장에서 두산과 한판 붙었다. 선발의 무게감이나 타선의 힘, 그리고 최근 팀분위기 등 여러면을 고려할 때 KIA의 승리 가능성이 조금 더 많은 표를 얻었다. 하지만 결과는 애매하게 나왔다. '이긴 것도 아니고, 진 것도 아닌' 결과, 즉 무승부였다. 연장 12회까지 무려 5시간 15분이나 경기를 치른 끝에 나온 성과라고 보면 전혀 좋게 보이지 않는다. 올해 가장 길었던 경기시간이다. 하지만 연승이 그나마 끊기지 않았다는 점으로 인해 그나마 최악의 결과는 모면했다.

하지만 안좋은 모습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분명 26일 '최장시간 무승부'경기가 KIA에 전해준 소득과 메시지는 있었다. 가장 희망적인 그림은 바로 필승조의 안정감이었다. 연승 기간에 다소 지친 모습을 보였던 신승현과 앤서니가 힘을 회복했고, 여기에 더해 박지훈이 부활의 기미를 확연하게 보인 것이다.

현재, 선수의 컨디션과 팀 사정에 의해 선동열 감독은 불펜투수 송은범에게 휴가 아닌 휴가를 줬다. 구위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아 이번 주 내내 경기에는 투입하지 않은 채 많은 연습투구를 하게 만들 생각이다. 아예 2군에 내려보내 선발로 몇 차례 경기를 하게 만들어 투구량을 조절할 생각도 해봤으나 이 경우 송은범의 FA 충족 요건에 해당하는 1군 엔트리 등록일수가 모자란다. 선 감독은 송은범을 배려해 1군에서 연습을 하게 한 것이다.

그러면서 필승조가 한 명 빠지게 됐다. 하지만 박지훈이 26일 경기를 통해 지난 시즌과 같은 정도의 위압감을 보여주며 이런 고민거리가 해결될 전망이다. 박지훈은 이날 구위와 배짱, 승부근성 등 필승조가 갖춰야할 거의 모든 요소를 빠짐없이 보여줬다. 4-4 동점이던 9회초 무사 1, 2루의 대위기. 올해 초반 부진할 때의 박지훈은 이 상황에 마운드에 나서면 얼굴이 백짓장처럼 창백해지곤 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박지훈의 모습은 달랐다. 자신감과 배짱이 있었다. 결국 무사 1, 2루의 실점 위기를 삼진과 1루 땅볼, 포수 파울플라이로 막아냈다. 불과 13개의 공만 던져 이끌어낸 결과다. 박지훈은 다음 이닝 역시 볼넷 1개만 허용했을 뿐 19개의 공으로 무실점처리했다.

이러한 박지훈의 모습은 선 감독과 KIA 코칭스태프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모습이다. 지난해 입단한 박지훈은 날카로운 제구력과 배짱으로 단박에 선 감독의 눈을 사로잡아 필승조가 됐다. 그른데 시간이 갈수록 기량이 늘지 않아 고민을 안겨왔다.

하지만 26일 경기가 박지훈에게는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상황에서 나와 정면돌파로 위기를 극복해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하면 선수 자체가 커지게 된다. 어쩌면 KIA벤치 역시 그런 점을 염두하고 박지훈을 9회 무사 1, 2루에 투입했을 수도 있다. 박지훈이 과연 팀의 필승조로 제 목을 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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