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33연전 초대박' LG 김기태 감독의 결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6-24 06:07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1회초 2사 2루 LG 정성훈이 좌중월 투런포를 치고 들어온 후 김기태 감독과 검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6.23/

"선수단 전원이 정말 잘해줬다. 감독으로서 고맙다."

'진격의 LG'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지난 5월 17일부터 휴식 없이 이어진 33연전. 비로 인해 취소된 2경기를 제외한 31경기에서 무려 22승을 거뒀다. 10번의 3연전 중 9번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가져갔다. 나머지 한 번도 비가 와 1경기가 취소된 상황에서 NC와 1승1패로 맞섰다. "이 33연전에서 팀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던 김기태 감독은 결국 이 경기들을 통해 10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어놨다. 5월 12일까지 14승18패에 그쳤던 LG는 현재 36승27패로 3위 자리에 올라섰다. 선두 삼성과는 2경기, 2위 넥센과는 불과 반경기 차다.

23일 대구 삼성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33연전 대장정을 마친 LG. 나흘간의 달콤한 휴식을 취하게 됐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드라마와 같았던 이 한 달여의 시간을 어떻게 돌이켰을까. 김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고맙다"며 상승세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특히 선수들의 희생정신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어제(22일) 경기를 보라. 2-7로 패색이 짙은 8회 고참인 이상열이 1이닝을 막아줬다. 안그래도 고생하는 투수 입장에서 지는 경기에 등판하면 기분이 나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내색은 전혀 없이 열심히 공을 던져주는 모습에 감독으로서 고마웠다"고 했다. 이 뿐 아니다. 최근 LG는 이병규(9번) 박용택 등 고참들부터 김용의 문선재 신예들까지 하나로 똘똘 뭉쳐 경기에 임하고 있다. 동료가 체력이 떨어질 시점이면 수비 교체를 자원하기도 한다. 심지어 다른 구단 선수단에서까지 "LG가 정말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김 감독은 LG가 달라진 또 하나의 요인으로 코칭스태프의 집중력을 꼽았다. 김 감독은 "코치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감독이 체크하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들을 코치들이 잘 커버해주고 있다는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연장승부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둔 21일 삼성전의 예를 들면, 오지환의 호수비가 유지현 수비코치의 작품이었다고 한다. 4-2로 앞서던 9회 1사 만루 위기서 삼성 배영섭이 친 타구는 사실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몸을 날린 유격수 오지환의 글러브속으로 빨려들어갔고, 1루주자를 2루에서 잡아냈다. 이어진 폭투로 동점이 되긴 했지만, 만약 이 타구가 안타가 됐다면 승기는 삼성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수비가 발판이 돼 연장 10회 승리를 거두게 됐다. 김 감독은 "그 타구가 나오기 전 유 코치가 오지환에게 오른쪽으로 두 발짝 옮기라는 사인을 보냈다. 만약 그 사인이 없었다면 안타가 됐을 타구였다"고 했다. 유 코치는 이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웃으며 "최근 배영섭이 주로 당겨치는 타격을 하고, 스윙 궤적도 당기는 각도인 점을 유심히 살펴 사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것으로 끝이 아니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김 감독은 "나흘간 잘 쉬고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7월 이동거리가 짧은 일정표를 받아들어 그 때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게 김 감독의 계산이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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