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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모창민의 변화, "이젠 내일이 있잖아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6-19 11:26 | 최종수정 2013-06-19 11:26



"SK에선 한 타석 나가서 못 치면 끝이었죠. 하지만 이젠 다음 기회가 있죠."

NC 모창민은 올시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SK 시절 모창민은 '멀티 요원'이었다. 내야 전포지션을 비롯해 외야까지 소화했다. 언제나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카드지만, 반대로 말하면 확실한 자리 하나 없었다.

신생팀 NC에선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특별지명 당시 김경문 감독은 "SK 최 정처럼 클 자질이 있는 선수"라며 모창민을 점찍었다. 그리고 모창민에게 주전 3루수를 맡겼다. 시범경기 때 불안한 3루 수비가 계속 되자, 모창민의 기를 세워주기 위해 1루수로 이동시켜 계속해서 기회를 주기도 했다. 그만큼 모창민은 NC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퍼즐이었다.

모창민은 NC 창단 첫 안타의 주인공이었다. 지난 4월 2일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창단 첫 안타를 포함해 2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두번째 안타를 치고 누상에 나가자마자 햄스트링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가야만 했다.

16일 만에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1군 엔트리에 복귀했지만, 5일 만에 또다시 엔트리에서 빠졌다. 4월 21일 넥센전에서 1루로 귀루하다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접질리고 만 것이다. 결국 또다시 2주간 치료에 전념했다.

다시 돌아온 뒤로는 부상 없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대형 신인' 나성범과 함께 복귀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모창민은 알짜배기 활약을 펼쳤다.

18일 현재 타율 3할3푼6리 4홈런 18타점. 두 차례의 공백으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해 타격순위에 들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김 감독 역시 "두 번이나 엔트리에서 빠졌는데 이 정도 해주는 게 대단하다"며 모창민에게 엄지를 치켜든다.


16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프로야구 NC와 삼성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NC 모창민이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8회 동점홈런을 날린 모창민이 환호하는 팬들을 뒤로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6.16
무엇이 '백업선수' 모창민을 이렇게 바꿔놨을까. SK 시절에도 잠재력 하나 만큼은 인정받았던 그다. 광주일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2008년 SK에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지명된 모창민은 모든 야구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다. 체격이나 힘이 좋을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 등에서 대형타자로 성장할 가능성을 본 것이다.


하지만 SK 시절에는 기회가 없었다. 같은 포지션엔 최 정이라는 대형 내야수가 버티고 있었다. 결국 멀티플레이어로 어필했지만, SK엔 모창민 만의 자리가 없었다.

모창민은 "예전엔 한 타석 나가서 못 치면 끝이었다. 못 치고 들어오면, 결국 난 벤치에서 박수만 치고 있더라. 하지만 이젠 못 쳐도 다음 기회가 있다. 오늘 못 해도 내일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변화가 가장 큰 듯 했다. 타석에서 쫓기기 보다, 자신의 타격을 할 수 있게 됐다.

기술적인 변화도 있었다. 모창민은 "예전엔 내 폼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갈 때마다 폼이 바뀌었다. 잘 맞으면 그 폼으로 치다가도 안 맞으면 또 바꿨다"고 말했다.

하지만 NC 입단 후 큰 변화가 생겼다. 그는 "상무 때 2년간 폼을 유지하긴 했다. NC에 오고 나서 김광림 타격코치님이 폼을 잡아주셨다. 다리를 들고 쳤는데 안 들면서부터 타격시 움직임이 줄었다. 덕분에 정확성이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이제 비로소 '모창민의 타격폼'이 탄생한 것이다.

모창민은 팀 창단 첫 안타 기록 뿐만 아니라, 연타석 홈런 기록 역시 갖고 있다. 지난달 23일 인천 SK전에서 창단 첫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데 이어, 지난 16일 창원 삼성전에선 창단 첫 홈구장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홈런을 친 뒤엔 NFL의 팀 티보가 선보였던 '티보잉(Tebowing) 세리머니'로 기도를 한다. 모창민은 "동료들이 웃기려고 하냐고 하더라. 난 진지하다. 자세를 잡고 짧게 기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장마로 경기 일정이 들쭉날쭉해지는 여름이다. 18일 LG전이 우천취소되자 타격감이 좋았던 모창민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모창민은 "사실 난 생각이 많은 편이다. 기록 같은 걸 남들이 얘기하면 계속 신경이 쓰인다. 별 생각 안 하면 타격감은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별 생각 안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정작 징크스는 신경이 쓰이는 듯 했다. 최근 NC 선수들은 좋았던 경기를 떠올리며, 당시 했던 행동들을 똑같이 하곤 한다고. 이에 징크스 대신 '루틴'이란 말을 붙여, 같은 패턴을 반복해 필승 의지를 다진다.

모창민은 "(김)태군이도 안타를 치면 그날 먹었던 음식을 다음날 또 먹더라. 사실 나도 (연타석 홈런을 친) 일요일에 먹은 소고기국밥을 오늘 점심에 또 먹고 나왔다"며 미소지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23일 인천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무사 NC 모창민이 좌중월 솔로포를 치고 들어와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고 있다.
인천=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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