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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연승을 달리면, 불안요소를 놓치게 된다. KIA 역시 세 가지 불안요소를 잊어선 안된다.
근 1년여만의 7연승이다. KIA가 350일만에 7연승의 기쁨을 맛봤다. 순위표에서도 3위 LG를 1경기차로 쫓는 4위. 1위 삼성과는 4경기차로 좁혔다. 연승 직전 -1까지 떨어졌던 승패차를 극복하고, +6으로 회복시켜놨다.
불안한 마무리 앤서니, 자기 공 믿어야…
일단 마무리 앤서니가 불안하다. 지난 13일 광주 NC전이 단편적인 예다. 역대 최다 점수차 블론세이브라는 오명을 썼다. 5점차 상황은 만루가 아닌 이상, 블론세이브가 성립될 수 없다. 누상에 있는 주자와 타자, 그리고 다음 타자까지 득점했을 때 동점이 되는 경우 세이브가 성립되는 룰 때문이다.
하지만 앤서니는 7-2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5점을 내줬다. 9회말 2사 후 나온 최희섭의 끝내기 3루타가 아니었다면 7연승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그날 졌다면, 데미지는 상상 이상으로 컸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동열 감독이 "조용히 끝나는 법이 없다"라고 할 정도로 매경기 주자를 내보내 실점 위기에 놓인다. 패턴도 비슷하다. 아웃카운트를 잘 잡다가도 주자가 한 두명 불어나고, 조규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꼭 한 번 진정시켜야 경기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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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자가 나가기만 하면 흔들리는 모습은 결정적인 '부적격 사유'다. 선 감독은 "150㎞에 이르는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다. 자기 공을 믿고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앤서니는 17일 현재 1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중이다. 넥센 손승락과 함께 세이브 공동 1위지만, 블론세이브 3회로 공동 2위다. 지금과 같은 피칭이 계속 된다면, 제 아무리 세이브 1위라도 믿음을 줄 수 없다.
부진한 셋업맨 송은범, 무너진 밸런스 스스로 찾아야…
앤서니 앞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셋업맨 송은범도 좋지 않다. 지난달 KIA 이적 후 1승2패 5홀드를 기록중인 송은범은 앤서니가 블론세이브를 범한 지난 13일 구원승으로 이적 후 첫 승을 올렸다. 하지만 이적 후에만 평균자책점이 7.80일 정도로 좋지 않다.
16일 광주 SK전에선 송은범으로 인한 도미노 현상이 벌어졌다. 7-3으로 앞선 7회초 선발 김진우에 이어 두번째 투수로 등판한 송은범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2실점했다. 옛 동료 박정권에게 투런포를 맞았다.
KIA는 7회에만 총 6명의 투수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승리를 지켜냈다. 7회말 달아나는 2득점이 없었다면, 7연승도 없었을 지도 모른다. 1이닝 동안 6명의 투수를 투입한 건 역대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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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범의 경우, 보직 변화가 답이 될 수 있다. 선발로도 많이 던졌기에 긴 이닝을 던지면서 스스로 감을 찾아가게 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KIA 마운드를 보면, 선발투수 중 송은범 대신 불펜으로 올 투수는 없다. '선발형 투수'들이 대부분이기에 송은범과 자리를 맞바꾸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은 송은범 스스로 잃어버린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
2군 간 선발 서재응, 열흘 갖고 될 문제 아냐, 3주 정도는…
현재 KIA 선발진은 소사-윤석민-양현종-김진우-임준섭으로 돌아가고 있다. 좌완 임준섭의 경우, 시즌 초반 윤석민의 공백을 메우다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하지만 또다른 선발투수 서재응이 부진으로 2군행을 자청하자, 다시 임시 선발로 투입되고 있다.
물론 임준섭이 선발에서 잘 던져주는 것도 좋은 모습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존 구상대로 서재응이 선발로 던지고, 임준섭이 불펜에서 롱릴리프 혹은 왼손 불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임준섭이 선발로 이동하면서 KIA 불펜엔 좌완투수가 박경태 뿐이다.
서재응의 상태는 어떨까. 올시즌 4승4패 평균자책점 5.55를 기록중인 서재응은 지난 6일 2군으로 내려갔다. 문제를 개선해 오겠다며 2군행을 자청했다.
선 감독은 "구속이 아닌, 컨트롤로 승부하는 재응이 같은 투수가 제구가 흔들렸다는 건 밸런스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본인이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하겠지만, 열흘 갖고 될 문제가 아니다. 3주 정도는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재응은 2군 경기에 등판하지 않고, 밸런스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선 감독의 진단대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서재응 없는 KIA 마운드는 당분간 좌완 불펜의 약점을 앉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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