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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김용의, 우공이산의 기적을 쓰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6-13 02:13 | 최종수정 2013-06-13 07:13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1사서 LG 김용의가 우월 솔로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6.06.

LG 내야수 김용의(28)는 서울 토박이. 하지만 스타일은 '촌놈'이다. 뺀질거리지 않는다. 우직하다.

그는 덕아웃에서 좀처럼 인터뷰하기 어려운 스타일이다. 슬슬 뺀다. 대선배들이 앞에 나서서 인터뷰하는 것은 살짝 낯 뜨겁다. 그런 김용의. 비로 취소된 12일 대전구장에서 취재진에 포위됐다. 도망칠 수 없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지나가던 김기태 감독도 놀라 멈춰섰다. "와, 김용의 인터뷰하네." 그만큼 보기 드문 장면이다. 취재진의 질문 포커스는 전날 방송을 탄 메모와 초시계. 이유를 묻자 "모두가 하는 일"이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묻자 "퀵모션을 재고 메모하는건데 저만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하고 공유하는 겁니다"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플래툰 시스템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왼손투수에 대한 자신감을 묻자 김용의는 손사래부터 친다. "제가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선발 출전하지 못하는 날에는 상대 불펜투수를 연구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나설 준비를 하는 선수. 프로페셔널이다.

우직하게 노력하는 자. 산을 옮긴다. 실제 김용의 야구는 일신우일신이다. 밀어치기에 소질이 있던 그는 최근 화끈하게 당겨치고 있다. 중요한 순간 펜스를 두번이나 훌쩍 넘겼다. 시즌 첫 홈런 후 쑥스러운 표정으로 "본의 아니게 중요한 순간 홈런을 쳐 기분이 좋다"고 말했던 순박한 선수. 김용의 표 풀히팅의 비결? 히팅 포인트의 변화였다.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히려 노력하다보니 장타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히팅 포인트를 조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최적의 밸런스. 11일 2호 홈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9회 대타로 나서 2사 1,2루에서 한화 정재원의 변화구를 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김용의의 회고? "직구를 쳤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라운드를 돌아 들어오니 선배님들이 '놓고 쳤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포크볼(실제 싱커)을 친 거 아니냐'고 하시더라구요." 구종이 무엇인지 모를만큼 무아지경의 배팅. 최상의 밸런스에서 나올 수 있는 경지다.

데뷔 후 최고의 해를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는 김용의.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도 꿈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겸손하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며칠 전 어머니께서 전화가 왔어요. '너 올스타 뽑혔다'고 좋아하시더라구요. 후보에 오른 걸 올스타에 뽑힌 거라고 생각하셨나봐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우공 김용의. LG의 미래를 대표하는 올스타 선수로의 성장이 머지 않은듯한 느낌이다.


대전=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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