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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구속 142km의 세든이 잘던지는 이유는?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3-06-05 10:55 | 최종수정 2013-06-05 10:56


SK의 소리없는 에이스 크리스 세든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시즌 초반 강속구를 앞세운 레이예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운데서도 묵묵히 자신의 투구를 이어간 세든은 지금은 SK의 가장 확실한 승리 카드가 됐다.

그의 기록은 국내에 들어온 19명의 외국인 투수 중 최고다. 11경기서 74이닝을 던져 전체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이닝 이터가 된 세든은 6승(3패)으로 다승 2위를 달리면서 평균자책점 1.70으로 2위에 올라있다. 9차례의 퀄리티스타트로 롯데 유먼과 함께 1위.

그는 빠른 공을 보유한 선수도 아니다. 6승째를 거둔 4일 창원 NC전서 직구 최고 스피드가 142㎞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그는 6이닝 동안 6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의 장점은 무엇일까. SK 성 준 투수코치는 "앞에서 던지는 것이 큰 장점인 선수"라고 했다. 일단 1m93의 큰 키가 무기다. 당연히 팔도 길고 그것을 장점으로 만들었다. 세든은 던질 때 스트라이드가 큰 편이다. 큰 키를 확실하게 이용한다는 것. 그만큼 다른 투수들에 비해 마운드 앞에서 공을 던지게 된다. 투수판과 홈플레이트 사이의 거리는 18.44m지만 세든이 던질 때는 그 거리가 다른 투수들에 비해 짧아진다. 그만큼 선수가 세든의 공을 보는 시간을 보통 투수들보다 짧을 수 밖에 없다. 142㎞의 낮은 스피드의 공이 라도 보는 시간이 짧다보니 그 효과는 커지게 된다. 구속이 느리지만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할 수 있는 이유다. 공을 놓는 포인트도 앞에 있다보니 제구력도 좋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 구사능력도 좋다보니 타자들로선 힘들 수 밖에 없다.

그의 다른 장점은 주자를 묶을 줄 안다는 것이다. 세든 앞에서 주자들이 함부로 도루를 시도하지 못한다. 74이닝을 던지면서 도루시도는 단 8번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무려 6번이나 잡혔다. 성공은 단 2번 뿐으로 투수 도루 저지율이 7할5푼이나 된다. 올시즌 9개 구단 선발투수 중 도루 저지율이 가장 높은 투수. 중요한 것은 그는 퀵모션이 그리 빠르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공격적인 주루를 하는 한국 주자들이 세든 앞에서 뛰지 않는 것은 사실 뛰지 못하는 것이다. 뛰는 타이밍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 코치는 "세든이 다리를 들었을 때 주자들이 이것이 포수로 던지는지 1루로 던지는지 분간을 못한다"고 했다. 투구와 견제의 폼이 같다는 것. 세든은 견제사도 2번이나 있는데 그런 이유다. 그리고 인터벌 시간도 달리한다. 최근 주자들이 투수가 홈으로 던질 것을 예상하고 투수가 던지는 타이밍에 앞서 먼저 2루로 달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투수들이 인터벌 시간을 달리하며 타자의 도루 타이밍을 헷갈리게 하는데 세든이 그것을 잘한다고.

매년 외국인 선수 때문에 고민을 했던 SK는 올시즌엔 강속구의 레이예스에 안정된 세든까지 맹활약하며 외국인 선수 복이 터졌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창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SK 크리스 세든.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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