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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탈삼진 타이틀의 주인공은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었다.
지금은 LA 다저스에서 주축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은 지난 시즌 2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국내 무대서 이 부문 5번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류현진은 국내 시절 150㎞에 이르는 빠른 공과 발군의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삼진 퍼레이드를 펼쳤다. 특히 몸쪽 승부가 뛰어나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던져 삼진을 잡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 5월11일 청주 LG전에서는 정규 9이닝 기준 역대 최다인 17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을 뿜어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로도 그의 탈삼진 능력은 여전하다. 3일 현재 67개의 탈삼진으로 내셔널리그에서 이 부문 공동 15위에 올라 있다.
바티스타의 탈삼진 방식은 류현진과는 다르다. 류현진이 정교한 컨트롤과 코너워크를 바탕으로 배팅 타이밍을 빼앗으며 삼진을 잡아낸다면, 바티스타는 빠르기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150㎞가 넘는 강속구와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로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한다. 제구력이 좋지 않은 대신 빠르기와 낙차에 변화를 주며 삼진수를 늘려가고 있다.
바티스타가 현재의 페이스를 그대로 이어간다면 올시즌 약 221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수 있다.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인 지난 1984년 롯데 최동원의 223개에 근접하는 기록이다. 또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 탈삼진 기록인 2001년 SK 에르난데스의 215개를 경신할 수 있는 페이스다. 류현진은 한 시즌 '200K' 이상을 두 번 올렸으며, 통산 9이닝 기준 탈삼진 비율은 8.78개였다. 지금의 바티스타가 탈삼진 능력에서는 류현진에 조금 앞선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전 시즌에 걸친 꾸준함에 있어서는 류현진이 압도적이다.
그러고 보면 바티스타는 류현진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사실 바티스타가 팀의 연패를 끊는 에이스로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지만, 처한 환경은 지난해 류현진처럼 그다지 좋지 못하다. 타선의 도움을 크게 받는 것도 아니고, 불펜진이 튼튼하지도 못하다. 지난해 류현진은 182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66을 올리고도 9승 밖에 따내지 못했다. 이날 현재 바티스타는 5승5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중이다. 본인의 부진 때문에 패전을 안은 경우도 있지만, 잘 던지고도 득점과 불펜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경우도 꽤 된다.
2일 바티스타의 호투로 3연패를 끊은 한화는 그 기세를 이어 타선과 불펜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올라가기를 바라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