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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희망' 문선재, 그의 숨겨진 반전 스토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6-03 08:28 | 최종수정 2013-06-03 08:27



뛰어난 야구 실력에 훤칠한 키와 외모. 이정도면 LG의 미래라고 불러도 충분하지 않을까. LG 중고신인 문선재의 활약이 야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문선재는 2일 광주 KIA전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4-4로 맞서던 연장 10회초 극적인 결승 2루타를 때려냈다. 더 놀라운 것은 연장 10회말 포수마스크를 쓰며 경기를 마무리 했다는 것. 초등학교 시절 재미로 포수를 본 이후로 처음 써보는 마스크였다. 김기태 감독이 트레이드마크인 손가락 세리머니를 제쳐두고 꼬옥 안아줬을 정도로 놀라운 활약이었다. 이 정도면 이 선수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기태 감독의 준비된 작품 문선재

지난 3월 30일 인천에서 열린 SK와의 시즌 개막전을 1주일 앞두고, 김기태 감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개막전 스타팅 라인업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일찌감치 구상을 마쳤다고 했다. 다른 포지션들의 경우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주전 1루수로 낙점된 선수의 이름을 듣고 모두들 고개를 갸웃했다. 김 감독은 자신있게 "문선재가 1루수"라고 말했다. 의외의 선택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팬들 뿐 아니라 취재진에게도 낯선 이름이었다. 2009년 LG에 입단해 2시즌을 2군에서 치른 후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선택의 이유가 있었다. 물론, 개막 2연전에서 대결한 SK와 다음 3연전 상대인 넥센이 좌타자가 많은 LG 타선을 상대로 좌완 선발들을 집중 배치한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우타자라는 이유 만으로 1군 경험이 거의 없는 문선재를 기용했을리는 없다. 김 감독은 문선재의 뛰어난 타격 실력과 빠른발, 그리고 근성을 주목했다. 2011시즌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리그 최초로 20홈런-20도루 고지를 정복했다. 사이클링히트도 기록했다. 시즌 전 스프링캠프에서 김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을 만한 하드웨어를 지니고 있었다.

문선재는 당시를 돌이키며 "경기 이틀 전 선발출전 사실을 알게 됐었다"며 "지금도 개막 2연전은 내가 뭘했는지, 어떻게 뛰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엄청난 긴장감 속에 경기를 치렀다는 것. 하지만 김 감독의 믿음 속에 경기를 치르며 최근에는 확실히 업그레이드 된 모습. 문선재는 "여유가 조금 생긴 것은 사실이다. 공-수 모두에서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김용의와 번갈아가며 1루를 지키고 있고 손주인의 백업 2루수 역할도 같이 해내고 있다. 사실 문선재는 전문 1루수는 아니다. 고교시절 주포지션은 유격수. 내야 전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훌륭한 야구센스를 지녔다는 것은 포수를 본 KIA전을 통해 확실히 증명됐다. 문선재는 "더욱 경험을 쌓아 내야 한 포지션을 꿰차는게 목표"라고 당차게 말했다.


고시생 외모? 야구인 집안의 장남

피부는 뽀얗고 얼굴에 수염자국 하나 없다. "천성적으로 몸에 털이 없다. 스킨과 로션만 바르는데도 피부가 좋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껄껄 웃는다. 깔끔한 반무테의 안경은 누가 이 사람을 야구선수라고 할까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외모만 보면 야구선수가 아닌 학구파 고시생의 느낌이 피어오른다. 때문에 최근 여성팬 수도 확 늘어났다고. 또 하나 반전은 제법 나이도 있고, 의젓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이제 23세의 청년일 뿐이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뛰는 문선재의 모습에서는 그런 깔끔한 이미지를 도저히 찾아낼 수 없다. 투지가 넘친다. 빠른발을 이용한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으로 인해 항상 그의 유니폼은 흙으로 더럽혀진다. LG가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지난 5월26일 잠실 SK전, 정의윤의 끝내기 안타 때 1루에서 홈까지 질풍같이 뛰어 결승득점을 성공시킨 주인공이 문선재였다. 배짱도 좋다. 포수마스크를 쓰고 본인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올라 봉중근에게 "선배님,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던지세요. 저 잘 할 자신 있습니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문선재는 "풍기는 이미지와는 다른, 그라운드에서는 항상 열심히 뛰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재밌는건, 부잣집 외동아들 스타일의 문선재가 야구인 집안의 장남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현재 KIA의 원정기록원 역할을 맡고있는 문성록씨. 과거 해태(KIA 전신) 투수 출신이다. 자연스럽게 문선재도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야구명문 동성중, 동성고를 나왔다. 길게 말할 때는 자기도 모르게 사투리가 툭 튀어나온다. 부모님이 아직까지 광주에 거주하신다. 그래서 이번 광주 원정이 특별했다. "오랜만에 집에 가서 어머님이 해주신 밥을 먹겠다"고 좋아했던 문선재는 그렇게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 멋진 플레이를 펼쳤다. 단, 아버지와는 거의 마주치지 못한다. 다음 상대팀 전력분석을 담당하는 원정기록원의 업무 특성 때문이다. 이날도 아버지 문씨는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넥센의 경기를 지켜봤다. 아들의 활약도 경기 후 주변에서 결려온 전화 때문에 알았다. 아버지는 KIA, 아들은 LG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기 때문에, 평소 집이나 경기장에서 더욱 냉정한 아버지가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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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동생도 야구선수다. 이름은 문진제. 문선재는 재, 문진제는 제자를 쓰는게 특이하다. 동생은 현재 원광대 4학년으로 팀 4번타자로 맹활약 중이다. 중학교 때는 두 형제가 투수로 대회 5경기를 모두 책임지며 팀을 우승시킨 적도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작은아버지가 프로야구 무대에서 유명한 포청천인 문승훈 심판이다. 문선재는 "구심을 보시는 날, 타석에 들어갈 때 인사를 드리려 해도 쳐다도 안보신다"고 말했다. 베테랑 심판답게 야구장에서 문선재는 자신이 판정을 내려야 할 한 선수일 뿐이다. 문선재는 "내가 나선 2경기에 구심을 보셨는데 모두 성적이 안좋았다"며 웃고 말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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