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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치홍 부재', KIA 내야가 불안하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5-20 17:33 | 최종수정 2013-05-21 06:30


KIA와 롯데가 9일 광주무등야구장에서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펼쳤다. 경기 전 KIA 안치홍이 배팅 훈련을 하고 있다.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5.9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있을 때는 그 가치가 미미한 것 같았지만, 막상 없으니 새삼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 타격감 침체를 벗어나고자 자청해서 2군에 내려간 KIA 주전 2루수 안치홍(23)의 부재로 인해 KIA 내야진에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센터라인의 핵심, 2루수 안치홍의 존재감

안치홍은 2009년 입단 후 꾸준히 KIA의 2루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배짱과 안정된 수비력에 탄탄한 공격력으로 소금같은 역할을 해왔다. 입단 첫 해인 2009년에는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이 되기도 했다.

출전 경기수로만 따져봐도 안치홍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2009년 123경기에 나와 2할3푼5리에 14홈런 38타점 8도루를 기록한 안치홍은 2010년 전경기인 133경기에 나왔다. 최근 4년간 KIA에서 전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안치홍이 유일하다.

2011년에는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면서도 115경기에 나서 처음으로 3할타율(0.315)을 넘겼다. 지난해 역시 안치홍은 전 경기에서 1경기가 모자란 132경기에 출전했다. 타율 2할8푼8리에 20도루를 기록했다. 4년간 평균 125경기 이상 출전해 2루를 지켜냈다는 것 자체로 안치홍이 팀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준다.

2루수는 해야할 것이 많은 포지션이다. 1-2루간이나 2루 베이스를 중심으로 센터쪽으로 빠지는 타구를 막아야 하고, 유격수와 함께 병살 플레이를 책임져야 한다. 1루 주자가 2루 도루를 시도할 때 유격수와 함께 번갈아가며 2루 커버에 들어가는 것도 2루수의 임무다.

이렇게 수비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움직임도 많고, 당연히 체력소모도 다른 포지션에 비해 크다. 그래서 2루수는 팀 수비의 기둥이나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수비가 좋은 팀은 포수-투수-유격수, 2루수-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이 강하다. 2루수는 이 센터라인의 핵심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안치홍은 바로 그런 기둥 역할을 꾸준하게 해왔다. 데뷔 후 4시즌 동안 한해 평균 10개의 실책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매우 준수한 수치다. 그러면서도 공격에서 키플레이어 역할을 했다.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팀의 필요에 따라 출전하면서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2할8푼3리를 기록했다.


안방에서 시리즈 스윕의 위기에 몰린 LG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KIA가 19일 잠실에서 다시 만났다. KIA 2루수 홍재호가 5회 무사 1루 위기에서 LG 정성훈의 땅볼 타구를 잡아 2루에 던지고 있다. 하지만 오지환은 2루에서 세이프 홍재호의 야수 선택.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5.19/

안치홍의 빈자리, 생갭다 크다

이렇듯 팀에 알토란 같은 선수였던 안치홍은 올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부진에 시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비력이 이전에 비해 한층 향상된 시점에서 였다. KIA 선동열 감독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수비력 강화를 강조하며 스프링캠프 기간에 수비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덕분에 안치홍 역시 수비력이 이전에 비해 더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 13일자로 2군에 내려가기 전까지 안치홍은 팀이 치른 31경기에서 모두 주전 2루수로 뛰면서 실책은 1개를 기록했다. 시즌 전체(128경기)로 환산하면 4개 정도다. 지난해 안치홍은 115경기에서 9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하지만 문제는 타격이었다. 컨디션도 괜찮고, 부상도 없었지만 올해 초반부터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린 것이다. 31경기에서 타율이 1할7푼4리 밖에 되지 않자 결국 스스로 2군행을 자청했다. 코칭스태프 역시 안치홍의 2군행을 허락했다. 2군에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게 타격 부진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문제는 안치홍의 2군행과 함께 주전 2루수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는 점이다. 물론, KIA 내야에는 박기남과 홍재호 등 수비력이 좋은 내야 백업 요원들이 여럿 있다. 최근에는 2년차 윤완주도 1군에 합류했다. 초반에는 2루수 안치홍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빈틈이 나타났다.

지난 19일 잠실 LG전이 좋은 예다. 이날 주전 2루수를 맡은 홍재호가 결정적인 순간에 뼈아픈 실책을 저지른 것이다. 물론 홍재호는 2회 역전 2점 홈런을 치긴 했다. 그러나 2-2로 맞선 5회말 무사 1루 때 정성훈의 병살타성 타구를 유격수 김선빈에게 잘못 토스하는 실책을 저지르며 역전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정상적으로 토스가 이뤄졌으면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쉽게 이닝이 정리될 수 있던 상황. 그러나 이 실책이 화근이 되면서 LG는 5회말에만 5점을 뽑아 역전승을 거뒀다.

누구나 실책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책이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홍재호 역시 좋은 수비수이고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꾸준히 2루를 지켜온 전문 2루수는 아니다. 안치홍에 비해 덜 익숙한 포지션이다보니 이런 실수가 나온 것이다. 주전과 백업의 결정적인 차이다.

안치홍의 1군 복귀 시기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오로지 본인에게 달려있다. 어쨌든 안치홍이 1군에 돌아오기 전까지 KIA는 2루 수비에 불안감을 떨쳐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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