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국 첫 등판 뒷이야기 "마음의 짐 덜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5-21 11:20 | 최종수정 2013-05-21 11:20


안방에서 시리즈 스윕의 위기에 몰린 LG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KIA가 19일 잠실에서 다시 만났다. 한국무대 데부전을 갖는 LG 류제국이 첫 투구에 앞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5.19/

"실투를 줄일겁니다."

한국무대 첫 승의 감격을 누리고, 하루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LG 류제국의 목소리에서는 당시의 흥분과 설렘이 그대로 묻어났다. 얼마나 기다려왔고, 머리속에 그려왔던 승리였을까. 류제국의 한국무대 첫 등판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병역 의무를 마친 류제국은 19일 잠실 KIA전에 4년의 공백을 깨고 선발로 등판했다. 홍재호, 나지완에게 각각 투런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5⅓이닝 4실점의 무난한 투구로 첫 승을 따냈다.

주중 원정경기를 위해 대구로 떠난 류제국. "홈런을 맞고 실점이 많았지만 첫 등판치고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것 같다. 정말 큰 마음 속의 짐을 이제는 조금 내려놓은 것 같다"고 말한 류제국은 "가족, 지인들로부터 너무 많은 축하를 받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힘든 미국생활이 이어졌었고, LG에 입단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모든 비난의 화살은 선수 본인을 향했다. 힘들었다. 하지만 힘찬 투구로 팀, 그리고 팬들에게 사죄의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도 조금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 초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안정적인 제구를 이어갈 수 있었던 요인이 궁금했다. 지나친 긴장은 프로야구 선수에게 최고의 적. 특히 이날 경기는 자신의 한국무대 첫 등판일 뿐 아니라 고교시절 라이벌이었던 김진우와의 선발 맞대결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2만7000 관중이 잠실구장을 가득 메웠다. 어떻게 보면 첫 등판에 나서는 투수에게는 악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류제국은 "고교시절, 그리고 미국에 처음 갔을 때부터 스피드만 부각됐지 나는 제구가 좋은 투수가 아니었다"고 말하며 "하지만 야구를 하면 할수록 투수에게 필요한건 스피드보다는 제구라고 깨달았다. 첫 경기라 많이 긴장됐지만 꾸준히 준비를 해온 결과 제구가 흔들리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류제국은 첫 경기를 마친 후 느낀 보완해야할 점에 대해 "실투"라고 답했다. 특히, KIA 홍재호에게 첫 홈런을 허용하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류제국은 "솔직히 중심타선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타구가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신중히 투구 하고, 실투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한국무대 신인투수의 첫 등판을 지켜본 코칭스태프의 마음도 애가 탔었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긴장을 했는지 1, 2회 너무 힘을 주고 던지는게 보이더라"라며 "덕아웃에서 힘 빼고 던지라는 주문을 계속해서 했다"는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명투수 출신의 조 코치는 류제국의 첫 피칭에 대해 "4년의 공백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좋은 피칭이었다"며 " 팀이 어려운 상황에 갑작스럽게 등판해 좋은 결과를 내준 것만도 고맙다. 긴장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서는 더 좋은 투구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직 류제국의 다음 등판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부상 경력이 있고, 아직 1군 경험이 부족한 만큼 조급하지 않겠다는게 코칭스태프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대로 1군 엔트리에 남아있을 것은 확실시 된다. 얼마의 휴식을 주고, 다시 선발등판 시킬지에 대한 결정만 내려지면 된다. 류제국은 "다음 등판이 중요하다. 승패를 떠나 꾸준하게 던질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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