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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가 없었다면 롯데는 어떤 시즌을 치르고 있을까.
지난 두 시즌 동안 불펜왕국으로 거듭났던 롯데. 하지만 올시즌에는 상황이 다르다. 믿었던 정대현이 제 구위를 잃으며 1군에서 낙마한지 오래고, 최대성과 김사율도 썩 좋지 못하다. 그나마 김시진 감독에게 위안을 주는 선수가 바로 김성배. 김성배는 정대현의 부재로 생긴 마무리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다. 11일 부산 LG전에서 세이브를 기록하며 5경기 연속 세이브를 달성했다.
팬들 입장에서 보면, 한타자를 더 상대하는 게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선수 입장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한다. 김성배는 "불펜투수, 특히 마무리는 경기를 길게 보지 않는다. 한 타자, 한 타자 전력으로 상대해야 한다. 8회 한 타자를 상대하지만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 덕아웃에 들어오면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9회 다시 등판할 때 힘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료들이 공격을 하는 동안 달아올랐던 몸이 식어버린다는 얘기다.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 정신적인 압박감도 크다.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혼자 불펜의 짐을 모두 지고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김성배는 "우리 불펜은 여전히 강하다"며 동료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어 "보직에 상관없이 팀이 필요로 할 때 자신있게 공을 던지는 것이 내 임무인 것 같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김성배는 12일 LG에도 팀 승리를 위해 경기에 나설 뻔 했다. 하지만 3-3으로 맞서던 7회 강민호의 스리런 홈런이 터진 후 타자들이 2점의 점수를 더 보태줘 김성배는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