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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을 기다렸다. 광주구장에 내리는 빗줄기는 가늘어지고 있었다. 심판진이 그라운드로 들어가서 1루와 3루쪽 그라운드 상황을 살폈다. 점검 결과,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힘들다고 판단했다. 2013시즌 첫 우천으로 인한 노 게임이 선언됐다.
9일 광주 KIA-롯데전은 3회초 첫 타자 롯데 강민호 타석에서 중단이 선언했다. 시각은 오후 7시31분이었다. 심판진은 내리는 비 때문에 최소 30분을 기다려본 후 경기 속개 여부를 판단한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심판진의 노 게임 선언이 너무 빨랐다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좀더 기다려 보지도 않고 너무 빨리 우천 취소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롯데는 이번 KIA와의 3연전에서 첫 두 경기를 잡았다. 옥스프링과 유먼의 호투로 이번 시리즈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었다. 또 이날 경기에서도 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경기 초반 흔들렸다. 롯데는1회 연속 3안타로 1점, 2회 볼넷 3개와 포수 차일목의 송구 실책 2개를 묶어 1점을 더 달아났다. 반면 롯데 선발 고원준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2회 2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실점없이 막아냈다.
고원준은 지금까지 KIA에 무척 강했다. 통산 KIA를 상대로 6승1패1세이브를 기록했다. 또 광주구장에서 4승무패 1세이브로 잘 던졌다. 롯데 입장에선 경기가 재개되길 원했다. 승산이 높다고 본 것이다. 김 감독이 노 게임 선언에 화를 낼만했다.
KIA 덕아웃의 분위기는 달랐다. 나지완이 김선빈 유니폼과 호순이(KIA 캐릭터) 탈을 쓰고 나와 우천 세리머니를 펼쳤다. 방수포 위에서 슬라이딩을 했다. 그 과정에서 탈이 벗겨지며 KIA팬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나지완의 세리머니는 이순철 수석코치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날 경기는 속개됐더라도 어느 쪽이 승리할 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중단 시점까지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KIA가 불리했다.
양현종의 구위는 이전 경기와는 달랐다. 투구 밸런스와 템포가 맞지 않았다. 2회까지 투구수가 무려 61개였다. 볼이 27개나 됐다. 2이닝 동안 3안타 3볼넷 4탈삼진 2실점(1자책)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승(1패)에 평균자책점 1.16을 기록했던 양현종의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노 게임 선언으로 이날 양팀의 모든 기록은 무효가 됐다. 양현종의 나쁜 성적은 기록으로 남지 않게 됐다. 승패, 평균자책점 모든게 그대로다. 차일목의 송구 실책 2개도 사라졌다.
KIA는 예정 보다 빠른 오후 9시 삼성과의 3연전(10~12일)을 위해 포항 원정길에 올랐다. KIA는 빨리 이동해 삼성전에 대비할 수 있다.
광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