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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용규가 살아나야 해."
KIA 선동열 감독은 요즘 "참 신기한 일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참 여러모로 전력이 불안정한 모습이 많은데도 팀이 단독 1위로 순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타격감이 회복되고 있지 못한 선수도 많고, 에이스 윤석민도 없는데다가 불펜도 확실한 안정감을 주고 있지 못하지 않나"라며 "그런데도 1등을 하는 건 참 의외다"라고 한다.
그런 선 감독에게도 정말로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리드오프 이용규의 타격감이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못한 점이다. 이용규만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다면 공격적인 면에서는 진짜 아쉬움이 없어질 수도 있다. 공격의 선봉장이기 때문이다.
이용규는 아직 타율이 2할5푼에 못 미친다. 1일까지 2할4푼4리를 기록했다. 출루율은 3할6푼4리밖에 안된다. 정상적이라면 이용규는 타율 2할8푼 이상에 출루율 4할대 초반 정도는 해줘야 한다. 그래야 KIA 공격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
물론 현재 KIA는 다른 선수들, 이를테면 김선빈(타율 3할7푼3리, 출루율 4할6푼)이나 신종길(타율 3할8푼2리, 출루율 4할4푼2리) 등이 테이블 세팅을 해주면서 공격의 흐름을 이끌기 때문에 단독 1위를 내달리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역시 이용규가 살아날 필요가 있다.
이용규의 시즌 초반 성적이 신통치 않은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원래 슬로스타터인데다가 4월 하순경 감기몸살로 고생하기도 했다. 타격 컨디션이 그래서 초반에 썩 좋지 못하다. 더불어 상대팀의 세밀한 분석도 이용규를 괴롭히고 있다. 어떤 팀이든 이용규를 살려내보내면 경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안다. 이용규의 약점에 대한 정밀분석을 통해 공략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게다가 이용규를 상대하는 수비 시프트도 있다. 좌타자인 이용규가 낮은 공을 잘 밀어친다는 점을 역이용해 외야 수비진이 전체적으로 왼쪽으로 이동한다. 최근에는 타구가 짧게 형성된다는 것을 감안해 앞쪽으로 전진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용규가 더 살아나기 힘든 면이 있다.
그러나 선 감독은 이용규에게 정면돌파를 주문하고 있다. 선 감독은 "이미 장점과 약점이 다 분석된 상황이라 피할 수 없다. 상대가 얼마나 세밀하게 대처법을 세우고 나왔든 결국은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규의 노련함과 실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주문이다. 다른 특별처방보다 선수 스스로 해법을 찾는게 더 낫다는 뜻이다.
다행히 이용규는 1일 두산전에서 모처럼 2안타를 몰아치며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6회에는 타구를 밀어쳐 좌전 2루타를 만들었고, 9회에는 잡아당겨 우전 안타를 쳐냈다. 타구 방향을 좌우로 퍼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이용규의 배트콘트롤 능력은 뛰어나다. 이 두 개의 안타가 향후 회복의 빌미가 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