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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개막후 13연패. 지난 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시작부터 이렇게 깊은 수렁에 빠진 팀은 없었다.
'총체적인 난국'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도 없다. 한화가 14일 대전 LG전까지 패하면서 시즌 개막 이후 13연패를 기록했다. 설마했던 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30년 명장 김응용 감독조차도 특별히 손을 쓸 수도 없는 매우 어려운 처지다. 기본적인 전력이 처지는데다 선수들의 정신력마저 무너지는 형국이라 안타까움이 배가 되고 있다. 연패가 길어지다 보니 선수단 전체에 걸쳐 조급증도 드러나고 있다.
이럴 때 투수든 야수든 리더가 나타나 분위기를 바꿔준다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현재 한화는 외야수 강동우와 고동진, 투수 박정진이 부상 때문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팀내 최고참인 강동우는 시범경기 직후 훈련 도중 발가락을 다쳐 4주 진단을 받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컨디션을 가장 잘 끌어올리던 강동우가 빠지면서 한화는 개막전부터 분위기가 처지기 시작했다. 강동우는 현재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마운드의 맏형인 박정진 역시 전지훈련 때부터 페이스가 좋았다. 그러나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로 1군서 제외됐다. 지난 2년간 10세이브, 28홀드를 올리며 주축 불펜투수로 활약했던 박정진의 공백이 한화로서는 가장 아쉬움이 큰 부분이다. 지난해 10월 무릎 수술을 받은 고동진은 현재 막바지 재활에 한창이다. 세 선수 모두 4월말 또는 5월중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한화는 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어느 정도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선발 로테이션을 재정비해야 하고, 큰 기대를 걸었던 중심타선도 무게를 잡아나가야 한다. 노 단장은 "4월말, 5월초면 강동우하고 고동진, 박정진이 돌아온다. 분명히 그때까지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화는 지난해 말 김응용 감독을 데려오면서 '리빌딩'을 팀운영 방침으로 선언했다. 당장 우승이 아니라 젊은 선수들을 키우고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선수단에 자신감과 의욕을 심어주는 것을 우선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이것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크든 작든 '승리'가 필요하다. 기대했던 결과가 나와야 리빌딩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노 단장은 "올해 새로운 체제로 바꾸면서 우리는 길게 호흡을 가져가야 하는 팀이다. 기대했던 젊은 선수들이 아직 제 몫을 해주지 못해 결과가 나쁘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지금으로서는 감독님을 최대한 지원해 드리면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 당장 선수단이나 코칭스태프를 바꾸는 일은 없다"며 지금의 체제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인내와 기다림 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