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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무대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올시즌 9개팀 외국인 선수 19명은 모두 투수들이다. 이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은 선수는 9명이나 된다. 이들중 시즌 첫 승의 기쁨을 맛본 투수는 SK 왼손 조조 레이예스 뿐이다. 레이예스는 2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그러나 나머지 8명은 1~2차례 선발 기회를 가졌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넥센 나이트와 밴헤켄, LG 리즈, 롯데 유먼, KIA 소사, 두산 니퍼트 등 국내 2년차 이상의 선수들이 대부분 무난하게 시즌 첫승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이들 신입생들의 데뷔전이 엉망이었던 것은 아니다. 타선과 불펜의 지원이 부족해서 그렇지 하나같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는 평가다.
9구단 NC의 경우 3명의 투수를 모두 선발로 뽑은 것이 특히 눈에 띄는데, 이들 모두 좋은 투구를 펼치며 김경문 감독의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비록 타선지원을 받지 못해 첫 승을 따내는데는 실패했지만, 이들이 NC의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왼손 아담 윌크는 2경기서 평균자책점 2.45, 피안타율 2할3푼1리로 1선발다운 풍모를 드러냈다. 에릭 해커와 찰리 쉬렉도 데뷔전에서 각각 7이닝 4실점, 7이닝 1실점의 역투를 펼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삼성의 릭 밴덴헐크와 아네우리 로드리게스가 컨디션 난조로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가운데, 다른 신입 외국인 선수들중 시즌초 소위 '무너졌다'는 혹평을 받은 투수는 한 명도 없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시즌중 용병 교체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생긴다. 그만큼 각 팀의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
이들 말고도 롯데 옥스프링도 5년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해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지만, 2경기서 11⅓이닝을 던지며 9안타 5실점의 안정된 투구를 과시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유먼에 이은 2선발로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메이저리그 두 번째 선발등판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류현진은 현지에서 '루키' 취급을 받고 있다. 심판마다 조금씩 다른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고 있으며, 느슨한 베이스러닝을 놓고 논란을 겪기도 했다. 국내 무대를 처음 밟은 외국인 투수들에게도 이같은 텃새 문화가 있을까. 국내 야구는 이방인들에 대해 무척 관대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새로 들어온 선수라고 해서 신인 취급을 하지 않는다. 물론 신인왕 자격도 주어지지 않는다. 적응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풍토가 신입 외국인 투수들이 시즌초 호투하게 된 배경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한국 야구를 처음 접하는 만큼 타자들의 성향과 플레이 스타일을 좀더 빨리 파악할 필요는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