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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대신 경험' 김경문, 바뀐 용병술 의미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4-07 11:26



결국은 경험이다, 김경문 감독이 매스를 꺼내 들었다.

역시 1군의 벽은 높았다. 신생팀 NC가 혹독하게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6일 현재 4전 전패. 그리고 몇몇 선수들이 2군으로 내려갔다. 김 감독의 용병술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NC는 창단 때부터 묘한 기류를 형성해오면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온 롯데와의 첫 3연전에선 타선 침묵과 실책 남발 등 총체적인 경험 부족으로 패했다. 롯데만큼은 잡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5년 연속 4강 진출팀의 경험에 무릎을 꿇었다.

5일 대구 삼성전에선 믿었던 4선발 노성호가 무너졌다. 노성호는 창단 이후 처음 지명한 신인투수. 지난해 우선지명으로 입단해 퓨처스리그(2군) 18경기서 6승2패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했다.

하지만 1군 데뷔전은 악몽과도 같았다. 1이닝 동안 4안타 4볼넷을 내주며 5실점으로 무너졌다. 탈삼진은 1개. 1회 투구수가 무려 53개였다. 2회부터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노성호는 지난해 모든 선수를 통틀어 가장 처음 지명된 신인으로 유망주 중의 유망주다. 같은 좌완투수로, 지금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과 체형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투구폼도 유사하다. 김경문 감독은 노성호가 전지훈련 기간 밸런스 조절에 애를 먹어도 "결국은 해줘야 할 투수가 해야 한다"며 노성호에게 토종 선발 한 자리를 줬다. 하지만 첫 경기 결과는 대실패.

이런 상황에서 5일 김 감독의 용병술이 눈에 띄게 변했다. 김 감독은 이날 라인업에 대폭적인 변화를 줬다. 4일 롯데전에서 초반부터 나온 실책으로 자멸했음을 떠올렸던 걸까. 특히 신인선수들이 차지했던 주요 자리에 손을 댔다.


5일 오후 대구 시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삼성과 NC의 경기가 열렸다. NC 덕아웃의 김경문 감독 등 선수들이 시합을 지켜보고 있다.
대구=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4.05.
이날 2루수로는 넥센에서 트레이드해온 차화준이 나섰다. 시범경기 초반 차화준이 부진을 보이자 지난해 1라운드에 지명된 박민우를 중용하기 시작했다. 시범경기 중반부터 좋은 타격감을 보였고,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4일 경기서 경기 초반 실책으로 계속해서 수비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른바 손이 말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박민우와 키스톤콤비를 이뤘던 동기 노진혁 역시 주전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대신 베테랑 이현곤이 3루수에서 유격수로 자리를 옮겼다. 결국 시범경기 초반 김 감독의 구상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역시 1군 무대가 처음인 선수들로 내야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키스톤콤비를 구성한 것부터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3루수로는 아마추어 시절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등과 2000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 우승을 이끌었던 베테랑 김동건이 나섰다. 김동건은 2001년 SK에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될 정도로 전도유망한 내야 유망주였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1,2군을 전전하다 2009시즌을 끝으로 방출됐다.

그는 2011년 트라이아웃을 통해 NC의 창단 멤버가 됐고, 지난해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올해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빠졌지만, 시범경기 때부터 백업 내야수로 뛰어왔다. 결국 김동건 역시 '경험'으로 선택된 것이다. 김동건은 9회 허 준과 함께 올시즌 첫 백투백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또한 신인 중 위축되지 않고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권희동은 중견수로 자리를 옮겼고, 대신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조평호가 좌익수로 나섰다. 조평호는 창단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1루수 조영훈, 좌익수 조평호 카드로 두 명의 경험 있는 선수를 모두 활용하게 됐다.


5일 오후 대구 시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삼성과 NC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2사서 NC 김동건이 좌중월 솔로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대구=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4.05.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아픔을 주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 처음부터 기가 죽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사기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질책은 피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조금은 쉬어가는 게 맞다고 본 것이다. 10년차 베테랑 감독으로 많은 선수들을 경험한 그다. 신인선수가 처음 겪는 1군 무대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무너지는 일도 많이 봤다.

김 감독은 늘 "'1군이 이런 것이다'라고 느껴봐야 안다"고 말해왔다. 백 마디 말 보단 한 번의 경험을 잊지 않는 법이다.

NC는 6일 내야수 박민우와 외야수 박상혁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개막 이후 주전 2루수와 주전 중견수로 뛴 이들이다.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할 수 있었던, 소중한 '첫 경험'을 한 이들이 2군에서 어떻게 칼을 갈고 올라올까. 김 감독은 그들이 매서운 독기를 품길 기다리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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