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앞에서 수비 시범 보인 롯데 외야수들

정안지 기자

기사입력 2013-04-04 10:28 | 최종수정 2013-04-04 13:51


롯데가 연이틀 끝내기 승부로 개막전 2연승을 달렸다.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경기에서 9회말 롯데 손아섭이 무사 1,2루 우익수 뒤쪽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31/

많은 삼진을 잡고 많은 안타를 친다고 하더라도 야구의 기본인 수비가 흔들려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내주면 당연히 승리를 기대할 수 없고 반대로 줄 점수를 수비 하나로 막아낸다면 승리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이 야구계의 불문율이다.

이런 면에서 4월 3일은 유독 수비가 승부를 결정지은 경기가 많이 나왔다. 특히 이 날 벌어진 4경기 중 단연 으뜸은 마산에서 벌어진 롯데자이언츠와 NC다이노스와의 경기였다. 전날 경기에서도 불안한 수비로 롯데에게 승리를 헌납했던 NC다이노스는 1군 참여 후 두 번째 경기인 이날 경기에서도 아직 1군 리그에 적응을 완전히 마치지 못한 듯한 수비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기록된 NC다이노스의 공식적인 실책은 3개지만 보이지 않는 실책은 더 많았고 실책이 팀 수비의 핵이라고 하고 필드플레이어들 중 가장 안정된 수비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내야수들에게(2루수 박민우, 유격수 노진혁, 1루수 조영훈) 집중되었다는 점은 NC의 수비력이 얼마나 불안한 상황인지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이 중 1:1로 팽팽히 맞선 9회 1사 1,2루 상황에서 황재균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처리하는 과정은 얼마나 NC의 내야진이 불안했었는지를 보여준다. 평범한 타구를 잡은 유격수 노진혁은 2루수에게 높은 토스를 했고 당황한 NC의 2루수는 1루수가 처리하기 힘든 송구를 했고 조영훈은 결국 포구 실책을 해버린 것이다. 공식적으로 1개의 실책이 기록되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총 3개의 실책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 실책은 1:1의 균형을 깨며 2:1로 역전을 허용하는 치명적인 실책이 되었다.

불안한 수비력을 보인 NC와는 반대로 롯데는 비교적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전통적으로 롯데는 공격의 팀으로 수비력이 좋은 팀으로 분류되지 못해 왔지만 이날만큼은 PK더비라는 특수성이 선수들을 자극한 탓인지 유독 집중력있는 수비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날 롯데의 호수비는 2회부터 시작되었다. 1사 1,2루의 위기상황에서 NC의 김태군이 우중간으로 빠지는 2루타성 타구를 쳐냈는데 우익수 손아섭이 다이빙캐치를 해 타자는 물론 오버런 했던 2루 주자까지 잡아내버리며 왜 본인이 2012년 한국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우익수 부분의 수상자인지 스스로 증명했다.

손아섭의 호수비는 자칫 경기초반 NC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경기의 분위기를 다잡으며 팽팽한 균형을 경기 내내 이어갈 수 있게 했으며 다른 롯데의 수비진의 집중력을 높이면서 8회까지 단 1개의 실책만을 범하게 하는(1실책도 포수의 타격방해로 기타 필드플레이어들의 실책은 없었다.) 효과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운명의 9회, 이날 경기 최고의 장면이 또 다시 연출되었다.


극적인 역전에 취한 것이었을까? 2:1로 앞선 상황에서 9회에 선두타자로 나선 NC의 선두타자 조영훈이 친 평범한 중전 안타를 전준우가 옆으로 흘리며 조영훈을 2루까지 진루시킨 것이다. 이어진 이호준의 적시 2루타로 동점이 되고 더 나아가 끝내기 상황까지 만들어졌기에 롯데는 끝내기 패배 상황에까지 몰리게 되었다.

NC는 착실히 번트를 대며 1사 3루의 찬스를 만들면서 롯데를 압박했고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타석에는 이날 3안타를 치며 쾌조의 타격감을 보인 이현곤이 들어섰고 그는 좌익수 깊숙한 플라이를 쳐냈다. 충분히 홈으로 리터치 할 수 있는 거리라 생각한 마산구장의 NC팬들은 물론 NC 더그아웃의 모든 선수들의 환호성이 들리려는 찰나 롯데의 좌익수 김문호는 타구를 잡아 홈으로 강한 송구를 뿌렸고 그 송구를 받은 포수 용덕한은 주자의 발을 블로킹하면서 천금같은 아웃을 잡아냈다.

일시에 마산구장은 정적에 휩싸였고 마치 귀신에 홀린 듯 10회초 역전을 허용하고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바로 수비란 이런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줘야 되는 점수를 주지 않을 때는 승리에 가까이 다가서고 주지 말아야 할 점수를 줬을 때는 패배로 직결되는 그런 것 말이다.

그리고 NC는 이날 롯데의 플레이를 보고 자신들의 플레이를 복기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을 것이다. 1군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롯데보다 더욱 수비를 잘하는 팀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들의 수비력을 조금 더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박상혁 객원기자, 야구로그(http://yagulog.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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