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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동열 감독의 투수를 보는 안목과 육성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삼성 사령탑 시절에는 윤성환 차우찬 오승환 등을 길러냈고, 지난 시즌 KIA에 와서도 젊은 투수들을 키우면서 마운드를 크게 안정시켰다. 이번 시즌에도 눈에 띄는 젊은 투수들이 선 감독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졸 2년차 임준섭과 신인 박준표다. 임준섭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5순위, 박준표는 지난해 8월 열린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62순위로 KIA의 지명을 받았다. 사실 둘 모두 입단 당시만 해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투수들이었기 때문에 올시즌초 활약이 더욱 돋보인다.
왼손 임준섭은 지난해 입단하자마자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는 바람에 실전 등판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올해 갓 입단한 신인들과 다를 바 없는 처지다. 그러나 임준섭은 지난해 마무리 훈련 때부터 선 감독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좀처럼 선수 칭찬을 하지 않던 선 감독은 마무리 훈련을 진행하면서 임준섭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전지훈련에서도 임준섭은 가장 돋보이는 훈련 성과를 보이면서 올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그런데 임준섭의 보직은 선발이 아니다. 선 감독은 임준섭을 불펜투수로 요긴하게 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KIA는 김진우와 윤석민이 부상으로 로테이션에서 빠진 상황이라 임준섭을 임시선발로 쓰고 있다. 임준섭은 이날 선발 등판에서 자기 역할을 100% 이상 수행하며 활용폭을 더욱 넓힌 셈이 됐다. 나중에 KIA 마운드에 변화가 생길 경우 임준섭이 붙박이 선발로 나설 수도 있는 일이다.
대졸 사이드암스로 박준표는 지난 겨울 롯데로 이적한 홍성민의 공백을 메울 후보로 각광받고 있다. 박준표는 아직 필승조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안정된 구위를 이어갈 경우 셋업맨으로 나설 수 있는 후보다. 이날 한화전까지 올시즌 3경기에 등판해 4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특히 4사구는 한 개도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5개를 잡아냈다. 지난달 30일 넥센과의 개막전에서는 3점차로 뒤지고 있던 7회 마운드에 올라 구원승을 따내는 기쁨을 안았다. 데뷔전에서 행운의 승리를 따냈으니,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임준섭은 커브, 싱커 등 변화구가 돋보이고, 직구는 최고 140㎞대 중반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공격적인 자세가 선 감독을 흐뭇하게 한다. 임준섭은 올초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2군 중국전훈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선 감독은 전훈 종료 1주일을 남겨놓고 임준섭을 불러 구위를 직접 테스트한 뒤 1군 엔트리에 올렸다.
선발왕국인 KIA는 두 영건이 맹활약을 이어갈 경우 더욱 다양하게 투수 운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