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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코끼리 스타일, 한화 선수들에게 달렸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3-31 10:18 | 최종수정 2013-03-31 10:18


명장 김응용 한화 감독이 물끄러미 경기를 바로 보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30/

'코끼리' 김응용 감독(72)은 9년 만에 돌아왔다. 독수리 한화의 지휘봉을 잡았다. 겉으로는 아니지만 속으로 긴장될 수밖에 없는 롯데와의 개막전(30일)에서 다잡았던 경기를 내줬다. 5대6으로 역전패했다.

코끼리 감독은 그동안 호랑이 해태(현 KIA)와 사자 삼성의 사령탑을 지냈다. 해태에서 9번, 삼성에서 1번, 총 10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프로야구 32년 역사에서 김 감독 보다 우승을 많이 한 감독은 없다. 그리고 당분간 앞으로도 그 기록은 깨지기가 어렵다.

그런데 그동안 김 감독이 지휘했던 해태와 삼성은 당대를 호령할 정도로 강력했다. 해태 시절엔 선동열 이강철 김정수 임창용 등의 막강 투수진과 김봉연 김성한 이순철 이종범 같은 타자들로 중무장했다. 삼성 시절에도 이승엽 마해영 양준혁 같은 시대를 대표했던 선수들과 함께 했다.

독수리 유니폼을 입고 돌아온 명장은 개막전에서 참담한 경험을 했다. 그는 경기전 "첫 경기고 마지막 경기고 모두 이기고 싶다. 그런데 맘대로 안 된다. 이기기 위한 모든 작전을 쓰겠다"고 했다. 그말 그대로 됐다. 김 감독은 복귀 첫 경기를 꼭 이기고 싶어했다.

한화는 9회초 공격까지 5-4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다.하지만 9회말 마무리 안승민이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면 경기를 망쳤다. 2안타 2볼넷 그리고 롯데 박종윤에게 끝내기 희생 플라이를 내주며 2실점, 5대6으로 역전패했다.

김 감독은 첫 경기에서 다양한 작전 야구를 하지는 않았다. 번트 지시도 없었다. 주로 타자들에게 믿고 맡겼다. 한화 타자들의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다. 그가 가장 신경쓴 부분은 한발 빠른 투수 교체였다. 김 감독의 제자인 선동열 KIA 감독은 "투수 교체에는 정답은 없는데 한발 빨리 할 때가 나중에 결과적으로 더 좋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선 감독의 이 말은 김 감독의 마운드 운영의 오랜 노하우가 전수돼서 나온 것이다.

김 감독은 호투했던 선발 바티스타가 6회 무사 주자 1,2루 위기를 맞자 바로 교체했다. 두번 째 투수 임기영이 올라와 첫 타자 강민호를 사구로 출루시키자 그 다음엔 좌완 윤근영을 올렸다. 좌타자 장성호와 박종윤을 상대한 윤근영을 내리고 다시 송창식을 투입했다.

8회에도 다섯번째 투수 김광수가 2사에서 나와 김문호를 볼넷으로 출루시키자 마무리 안승민을 곧바로 투입했다.


한화 불펜은 타자들이 11안타 3볼넷으로 뽑은 5점을 지키지 못했다. 한화 마운드는 7안타만 허용했다. 하지만 볼넷을 무려 8개, 2사구를 내주며 자멸했다. 한화 마운드만 놓고 보면 '저질 야구'라고 평가할 수 있었던 졸전이었다.

김 감독은 속타는 심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주로 체념한 듯 의자에 앉아 있었다. 9회말 수비 때는 간혹 일어서기도 했다. 그는 역전패한 후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 투수들이 볼넷이 너무 많았다"고 짧게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이번 시즌 전 한화를 9구단 NC와 함께 꼴찌 후보로 예상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그런 예상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한화가 왜 약한 팀인지를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특히 마운드, 그 중에서도 허약한 불펜은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었다. 선발이 아무리 잘 던져도 불펜이 경기를 망치면 이기기 힘들다. 그렇다고 완투를 할 선발 투수들이 여럿 있는 것도 아니다.

김 감독은 객관적으로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데리고 경기를 많이 했다. 한화는 선수 개인 역량이 다른 팀들과 비교했을 때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해태나 삼성과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평소 이런 얘기를 종종 했다. "선수들이 잘 하면 감독이 별로 할 일이 없다. 선수들이 아주 잘 하면 감독의 잘못된 작전 지도 묻힐 때가 있다."

30일 부산 사직구장 덕아웃에서 만난 김응용 감독은 과거 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그는 삼성 라이온즈 사장까지 지낸 야구계의 대표 원로다. 그런 명장이 올해 적지 않은 마음 고생을 할 것 같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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