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시즌, 감독 교체 올해는 없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3-28 09:34


지난 84년 이후 29년만에 프로야구 감독들이 평온한 시즌을 보낼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고용 불안을 안고 시즌을 치르는 감독은 한 명도 없다. 지난 25일 미디어데이때 한 자리에 모인 9개팀 감독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2011~2012년 프로야구는 감독 교체가 봇물처럼 터졌던 시기다.

2011년에는 시즌후 KIA, 두산, LG, SK 등 무려 4개 팀이 새로운 사령탑을 앉혀 역대 최다 감독교체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도 시즌 종료후 한화, 롯데, 넥센 등 3팀이 감독을 바꾸며 새 지도 체제를 구성했다. 2010년말 류중일 감독을 승진 발령한 삼성과 2011년 창단한 NC까지 포함하면 지난 2년간 9개팀 사령탑이 모두 새 얼굴로 바뀌었던 셈이다. 지난 2년처럼 '감독은 파리 목숨'이라는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했던 때도 없었다. 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감독이 단 한 명도 바뀌지 않았던 해는 6개팀으로 리그가 운영되던 84년 한 번 밖에 없었다. 즉 경질 또는 계약기간 종료후 재계약 포기 등의 형태로 기존 감독을 그만두게 한 팀이 84년에는 없었다는 뜻이다. 롯데의 경우 83년 7월 박영길 감독을 경질하고 강병철 감독대행으로 잔여 시즌을 치른 뒤 이듬해초 강 대행을 정식 감독에 앉혔기 때문에 감독 교체가 84년에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84년은 프로야구 32년 역사상 가장 평온했던 시즌이다.

감독들에게는 이번 시즌이 또 한번의 평화로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84년 이후 29년만에 처음으로 감독 교체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9개팀 가운데 올시즌 종료후 계약 기간이 끝나는 사령탑은 삼성 류중일 감독 밖에 없다. 2010년말 3년 계약을 한 류 감독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기 때문에 이미 엄청난 업적을 이룬 상황. 올시즌 후 재계약이 확실시된다.

한화 김응용 감독, 롯데 김시진 감독, 넥센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말 계약후 이번에 첫 시즌을 치르는 만큼 올해 경질을 운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를 거쳐 올시즌 처음 1군에 참가하는 NC 김경문 감독도 마찬가지다. 두산 김진욱 감독, LG 김기태 감독, KIA 선동열 감독, SK 이만수 감독은 계약기간이 모두 내년까지다. 이들은 올해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계약 기간 도중 경질될 가능성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9개팀 감독 모두 '고용 안정'을 보장받고 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해당 구단의 주인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어떤 지지를 해주느냐가 관건이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감독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감독이 '짤리는 일' 걱정없이 레이스를 이끌 경우 여러가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게임마다 무리수를 둘 소지가 적어진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눈앞의 1승 때문에 무리하게 선수를 기용하거나 작전을 펼칠 일이 적어진다는 이야기다. 구단 안팎에서 들려오는 감독의 거취와 관련된 잡음도 줄어들게 된다. 외부적인 요소들 때문에 선수단이 흔들린다면 해당 감독은 물론 선수들도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다. 전반적으로 수준 높은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올시즌을 마냥 편안하게 보낼 수만은 없다. 감독 9명 가운데 무려 6명이 내년 시즌후 계약 기간이 끝난다. 재계약을 놓고 해당 구단이 감독을 평가하는데 이번 시즌 성적은 중요한 항목으로 포함된다. 여기에 수준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5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9개팀 감독들 모두 "팬들이 즐거워하는 야구를 펼치겠다"는 말을 했다.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는 의미다. 자리를 보전받기 위해 성적을 낼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쨌든 감독의 운명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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