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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기둥이 단단하게 서야 한다.
에이스, 클로저, 좋은 포수, 톱타자, 4번 등…. 흔히 꼽는 강팀의 선결 조건이다. 시즌 개막을 앞에 둔 올 시즌, LG는 어떨까. 2002년 준우승을 끝으로 10년간 잠잠했던 팀. 올해는 달라야 한다. 겨우내 김기태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독하게 준비했다. 변화의 원년이다.
하지만 제법 확률 높은 기대를 품게 하는 기둥 하나가 있다. 바로 에이스 후보, 레다메즈 리즈(30)다. 검증된 실력파 좌완 주키치는 실전에 강하고 노련하다. 늘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에이스라 부르기엔 2% 부족한 것이 사실. 스타일 탓이다. 주키치는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에이스 다음날 등판하는 딱 2선발에 안성맞춤이다.
힘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진짜 에이스 후보. 단연 리즈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는 세기가 부족했다. 제구와 강약 조절이 아쉬웠다. 때론 위기 앞에서 속절 없이 무너지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 야구 2년 경험.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리즈는 조금씩 성장했다. 대부분 미완성 용병들이 거쳐간다는 코스. 게다가 리즈는 특별했다. 시속 160㎞에 육박하는 불같은 강속구를 지닌 투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의 차원 자체가 다른 용병과 달랐다. 조건만 맞으면 핵분열을 일으킬 정도로 거대한 잠재력. 지난 시즌 말미부터 슬금슬금 싹을 틔울 조짐을 보였다. '언터쳐블'로서의 면모가 살짝 살짝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는 올시즌. 시범 2경기는 단연 에이스급이다. 9이닝 동안 3피안타 4볼넷 1자책점. 탈삼진이 무려 10개나 된다.이닝당 1개가 넘는다. 지난 시즌 1,2위 삼성(4이닝 2피안타 1자책)과 SK(5이닝 1피안타 무실점)를 상대로 거둔 성적. 이른 시점임에도 패스트볼 최고 시속이 이미 156~157㎞에 달할 정도다.
리즈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겨우내 느린 커브와 체인지업 장착에 힘썼다. 모두 리즈의 최대 장기인 패스트볼의 위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구종들이다. 물론 리즈가 갑자기 커브와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를 기대하긴 힘들다. 다만, 리즈의 광속구에 늘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타석의 타자 입장에서는 부담백배다. 스트레이트 혹은 슬라이더란 양자택일의 상황이 종료됨을 의미한다. 커브와 체인지업이 올 수 있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타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새 구종의 실전 배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리즈는 SK전에서 변화구 24개 중 무려 18개의 커브를 구사했다. 성공적이었다. 이날 등판을 마친 뒤 그는 "직구 제구는 높았는데 커브 제구가 잘 돼 타자들을 잘 상대할 수 있었다"며 만족해 했다. LG 김기태 감독 역시 "리즈의 호투가 인상적이다. 변화구가 좋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산뜻한 스타트를 끊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리즈. 그는 단연 LG 마운드의 1순위 에이스 후보다. 그가 거인처럼 우뚝 서야 LG가 산다. 일단은 한번 기대해볼 만한 숙성된 3년차 외국인 투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