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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타격이 뛰어난 팀이 아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한국시리즈 준우승 3회에 빛나는 베테랑 감독. 그의 눈에 비친 신생팀 NC의 현주소는 어떨까. 2013시즌 첫 1군 무대 데뷔를 앞둔 NC가 시범경기를 통해 실체를 드러냈다.
첫 경기부터 실책 속출, 분위기 반전시킬 힘 없었다
잘 던지던 선발 아담은 실책 이후 급격하게 흔들렸다. 2회초 2사 후 오 윤의 강습타구를 3루수 모창민이 처리하지 못해 내야안타가 된 건 그렇다 쳐도, 다음 타자인 박헌도의 평범한 3루수 앞 땅볼 타구는 처리했어야 했다. 송구실책으로 1,2루가 된 뒤 아담은 넥센 박동원에게 2타점 적시 2루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비자책점이지만 점수를 내줬고, 불필요한 투구수가 늘어났다. 투수에겐 최악의 상황이다. 사실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수비를 믿어야 완벽하게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다. 모든 걸 '수비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수비가 경기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산재해있다.
선발 아담의 3⅓이닝 4실점(2자책) 강판 이후에도 아쉬운 장면은 계속 됐다. 4회 2사 후 다시 1,3루 위기를 맞았고, 서건창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3루주자가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3루까지 도달한 넥센 1루주자 신현철은 NC의 중계플레이에 허점이 보이자 홈을 파고 들었다.
유격수 이현곤은 3루에 도달한 신현철을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고, 갑작스런 홈 쇄도에 허망하게 쐐기점을 내주고 말았다. 기록 역시 실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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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넘어간 분위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분위기가 넘어가려할 때, 끊어줄 만한 힘도 없었다. 타선은 무기력했고, 한 번 손이 말린 야수들은 잔뜩 긴장한 채 자기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경기 후반 수차례 득점찬스가 왔음에도 고작 1득점에 그쳤다.
타격 약한 NC의 현주소, 결국은 '수비'가 강한 팀 돼야
스프링캠프 때 NC는 1루수 조영훈에게 좌익수 수비훈련을 시켰다. 현재 NC의 라인업에서 유일하게 완벽한 주인을 찾지 못한 자리. 김 감독은 포지션이 1루수로 겹치는 둘을 모두 활용하기 위해 조영훈의 외야 기용을 꺼내들었다. 조평호 역시 간간이 외야 수비훈련을 소화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영훈이가 외야 수비도 가능하지만, 그 정도 실력으론 약하다고 본다. 조평호와 함께 1루를 볼 것이다. 두 명 모두 외야로 나가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수비력을 보였기에 외야수로서 '함량 미달' 판정을 내린 것이다. 좌타자와 우타자인 둘은 상대투수에 따라 번갈아 기용될 전망이다.
조영훈의 외야 전환 실패는 김 감독이 지향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김 감독은
"우린 타격이 뛰어난 팀이 아니다. 수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야구에서 외야수는 그저 '타격 잘 하는 선수'가 아니다. 타구 판단이나 타구 처리, 콜플레이, 송구 등 요구되는 능력이 많다. 수비 강화는 내야에 국한된 게 아니다. 김 감독의 생각 역시 이와 같다.
그는 "수비를 단단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수비에서 막아놓고, 찬스에서 점수를 내서 이기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비를 허술하게 해놓고 타선이 터져서 승리하긴 힘들다"며 냉철한 자기분석을 했다.
첫 경기 패배 후 김 감독은 질책 대신 '격려'를 선택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니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이날 나온 수차례의 실수 역시 잘 하려는 마음에서 나왔다며 애써 웃어넘겼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감독의 바람대로 수비가 '강한 팀'이 될 지 지켜보자.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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