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들의 눈에는 뭐가 보이는 걸까.
메이저리그 통산 434홈런을 친 앤드류 존스(라쿠텐)에 이어 호주 대표팀 사령탑 존 디블 감독도 다나카 마사히로(25·라쿠텐)의 '버릇(쿠세)'을 봤다고 했다. 다나카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연패를 노리는 '사무라이 재팬'의 에이스다. 2011년 사와무라상을 받았고 현재 일본 국내파 중 최고 투수다. 올해가 끝나면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그는 3월 2일 제3회 WBC 본선 1라운드 브라질과의 첫 경기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또 한국이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본선 2라운드에서 맞대결할 수도 있다.
존스는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 대표로 출전한다. 1977년 4월 23일, 네덜란드령 큐라소에서 태어난 그는 1993년 애틀랜타를 통해 프로 입단했고, 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2005년 홈런왕(51개) 타점왕(128점) 2관왕을 차지했다. LA다저스를 거쳐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2할5푼4리, 434홈런, 1289타점을 기록했다. 일본 보다 큰 메이저리그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존스에겐 다나카의 작은 차이까지도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호주 사령탑의 눈에도 비슷한 게 보였다고 한다.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환태평양 담당 스카우트이기도 한 디블 호주 감독은 "다나카를 4~5년 전부터 쭉 보고 있다. 그가 던지기 전에 뭘 던질 지 구종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4일 보도했다.
투수가 버릇을 갖고 있다는 건 좋지 않다. 특정 구질을 던질 때 보통 때와 다른 폼을 잡는다는 게 들통날 경우 타자들과의 수 싸움에서 질 확률이 높아진다. 다나카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존슨이나 디블 감독도 아주 상세하게 그들이 알고 있다는 다나카의 버릇에 대해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에 익숙한 그들의 눈에는 작은 차이가 보일 수 있다.
다나카는 2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벌어진 호주와의 친선경기에서 선발 등판, 3이닝 2실점했다. 1회 제구가 흔들리면서 4사구를 남발, 2실점했다. 그는 지난 17일 히로시마와의 연습경기에서도 선발 등판, 2이닝 2실점했다. 다나카는 표면이 미끄러운 WBC 공인구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김정준 전력분석관이 현장에서 이 경기를 지켜봤다. 그의 눈에는 다나카의 버릇이 보였을까. 김 분석관은 다나카의 버릇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일단 우리가 본선 1라운드에서 싸울 호주를 더 관심깊게 봤다"면서 "다나카가 에이스로 큰 부담을 갖고 있다는 건 확실해 보였다. 직구 제구가 계속 안 됐다. 그래서 결국 나중에 변화구를 많이 던졌다. 아직 몸이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버릇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펴보겠다고 했다.
다나카의 버릇이 있다면 한국도 찾아야 할 것이다. 태극전사들은 일본을 이기고 싶다고 했다. 한국은 일본을 만날 수 있다. 다나카를 넘어야 일본을 잡을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