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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괌 전훈에서 '천우신조'를 본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2-06 10:58 | 최종수정 2013-02-06 10:58


류중일 감독이 괌 전지훈련에서 삼성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하늘도 돕고 있다?"

프로야구 최강 삼성이 1차 전지훈련을 마쳤다.

지난달 20일부터 괌에서 훈련한 삼성은 6일 새벽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실전 대비 훈련에 들어갈 때다. 류중일 감독은 9일까지만 삼성 선수단과 함께 한 뒤 10일부터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승엽 등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차출된 6명은 괌에 남아 있다가 10일 대표팀으로 직행한다.

정작 중요한 훈련 스케줄이 돌아왔는데 감독과 핵심 선수들이 대거 빠졌는데도 삼성 선수단의 분위기는 예년보다 훨씬 좋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고 1차 전지훈련에서 올시즌 목표인 우승의 징조를 봤기 때문이다.

안팎으로 기분좋은 박자가 척척 들어맞았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우선 집안단속이 잘됐다. 류중일 감독은 1차 전지훈련을 마친 소감을 말하면서 처음으로 한 말이 "부상 선수가 없어서 대단히 만족스럽다"였다.

류 감독은 올해 초 팀 훈련재개를 위해 선수단을 소집했을 때 최우선 덕목으로 당부했던 것이 '부상주의'였다.

류 감독은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부상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선수가 부상을 하면 우승은 커녕 하고 싶은 운동도 못하고 선수인생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자기 몸을 관리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안지만과 권오준이 부상으로 인해 정상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고 재활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부상자가 발생한다면 그보다 무서운 악재는 없다. 하지만 류 감독의 당부대로 괌에서부터 부상의 악령을 일단 잘 피해나가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달라진 훈련자세도 구단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송삼봉 단장은 "괌을 방문해 훈련 분위기를 지켜보니까 선-후배 가릴 것 없이 1분이라도 더 훈련하기 위해 아우성을 치는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 정해진 스케줄때문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나서는 자세였다는 게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류 감독도 선수들의 이런 자세가 마음에 들었는지 앞으로 전개될 감독없는 스프링캠프에 대해서도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감독이 있다고 해서 열심히 하고, 없다고 열심히 하지 않는 시대는 지났다. 선수들에겐 무조건 열심히 해서 코치들 눈도장을 받고, 좋은 보고가 나에게 들어오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그래야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겠는가"라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괌에서 목격된 선수들의 훈련 태도라면 감독 없어도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열심히 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이처럼 집안에서부터 온통 청신호가 켜진 가운데 밖에서도 밝은 햇살이 비쳤다. 일종의 '천우신조'인 것이다.

구단이 괌 전지훈련을 결산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워 하는 외부요소는 날씨였다. 올해의 경우 궂은 날씨로 인해 훈련에 차질을 빚은 경우는 하루도 없었다고 한다.

어느 하루 오전에 비가 내린 적은 있었지만 오후부터 훈련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았다.

구단은 "드문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줄곧 괌에서 1차 전지훈련을 해왔는데 현지 특유의 날씨 특성한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훈련을 취소한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구단 관계자는 "해마다 2∼3일 정도는 날씨 사정으로 인해 예정한 스케줄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느라 스태프와 선수단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완전히 예외였다. 날씨 때문에 단 하루도 걱정한 날이 없었고, 미리 준비한 훈련 스케줄을 100% 이상으로 소화하고 돌아온 것이다.

"잘되는 집안은 안팎으로 복이 든다고, 안으로는 자식(선수)들 공부 열심히 하고, 밖에서는 하늘까지 돕는 것같다"는 희망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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