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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프먼 사례로 본 선발-마무리 결정 기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2-05 09:55


두산은 이번 시즌 홍상삼을 마무리로 쓸 계획이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추신수의 새 소속팀인 신시내티 레즈는 지난 시즌 마무리였던 아롤디스 채프먼의 보직을 선발로 바꾸기로 했다. 채프먼은 지난해 38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51을 기록하며 팀의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2009년 쿠바를 탈출해 이듬해 신시내티와 6년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한 채프먼이 풀타임 마무리로 뛴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채프먼은 빠른 공, 연투능력, 배짱 등 마무리 투수에게 필요한 조건을 두루 갖췄다. 지난해 1203개의 투구수 가운데 스피드건에 100마일(161㎞) 이상 찍힌게 242개나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신시내티는 그런 그에게 선발을 맡기려 하고 있다. 지난해 30경기에서 8승9패를 기록한 마이크 리크라는 수준급 5선발이 있는데도 말이다.

채프먼 선발 보직은 입단 때부터 신시내티가 계획했던 것이다. 그동안 마땅한 마무리가 없어 그에게 뒷문을 맡긴 것 뿐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하필 이번 겨울 그의 보직을 바꾸려는 배경은 무엇일까. 신시내티는 지난 시즌 캔자스시티에서 스캇 브록스턴을 영입했다. 브록스턴은 2010년 다저스에서 36세이브를 올리는 등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투수다. 지난해 캔자스시티에서 23세이브를 거둔 후 신시내티로 이적해 채프먼 앞에서 셋업맨으로 활약했다. 그가 이제 붙박이 마무리로 나선다. 결국 신시내티의 이같은 투수진 개편 의도는 선발진 강화다. 쟈니 쿠에토, 매트 라토스, 브런슨 애로요, 호머 베일리 등 강력한 4명의 오른손 선발진에 왼손 채프먼을 가세시켜 최강 로테이션을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국내 팀들의 투수진 개편의 중요한 결정 기준은 무엇일까. 전지훈련을 한창 진행중인 각팀은 현재 투수들의 보직을 정하느라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핵심은 선발진과 마무리를 어떻게 꾸릴 것인가이다. 감독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이미 기존 보직을 안고 있는 투수들을 제외한 나머지 자원을 놓고 볼 때 보통 선발을 먼저 정하고, 마무리, 셋업맨, 기타 불펜 순서로 보직을 나눈다. 특히 최근에는 선발진 강화를 마운드 구성의 핵심으로 여기는 추세다. 기량이 뛰어난 투수에게 선발을 맡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한 번 맡은 보직은 바뀔 수 있다.

선발 후보가 풍부한 KIA는 김진우를 마무리로 염두에 두고 있다. KIA는 외국인 투수 2명과 윤석민 서재응 양현종 등 선발 자원이 차고 넘쳐 지난해 선발로 10승을 올린 김진우를 마무리로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반면 한화는 외국인 투수 2명과 유창식 김혁민 등 4명을 선발로 정한 가운데 5선발은 경쟁을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마무리는 지난해 16세이브를 올린 안승민이 다시 맡을 공산이 크다. 한화의 경우 선발진을 꾸리는 자체도 힘에 부친다. 마무리를 새롭게 찾을 여유가 없어 그나마 경험이 있는 안승민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산은 지난해 부동의 마무리였던 프록터를 포기하고 히메네스를 영입했다.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인 35세이브를 기록한 프록터를 포기한 이유는 불안한 투구 내용 때문. 게다가 2010년 두산서 14승을 올린 히메네스의 몸상태가 괜찮다는 판단을 하고 재영입한 것이다. 마무리는 홍상삼이 맡는다. 지난해 셋업맨으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홍상삼은 마무리 경험이 없다. 건강상태가 완벽한 히메네스를 다시 데려오고 홍상삼을 '불확실한' 마무리로 선택했다는 것은 선발진 강화를 먼저 생각했다는 의미가 된다. SK는 군에 입대한 기존 마무리 정우람의 공백을 박희수에게 맡길 계획이다. SK의 경우 선발투수중 마무리를 선택할 상황이 못되기 때문에 박희수 이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다.

LG는 어깨 부상에서 벗어난 마무리 봉중근이 개막전에 출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일 봉중근이 개막전에 맞출 수 없을 경우 그가 복귀할 때까지 마무리를 맡을 요원이 필요하다. 선발투수 가운데 단기 마무리를 쓸지, 불펜 요원중 발탁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 어쨌든 LG도 주키치와 리즈에 이어 3~5선발을 맡을 후보들을 대거 리스트에 올려놓고 테스트에 들어갔다. 선발진 구축이 LG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과 넥센, 롯데는 각각 오승환, 손승락, 김사율 등 기존 마무리가 건재하기 때문에 오로지 선발진 강황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삼성은 외국인 투수 2명과 장원삼 윤성환 차우찬 배영수 등 여전히 선발진이 막강하다. 넥센은 나이트-밴헤켄의 원투펀치를 도울 3명의 선발투수를 찾고 있고, 롯데 역시 선발진 구축에 신경을 쏟고 있다. NC는 신생팀이기 때문에 투수진 구성 방침이 기존 팀들과는 다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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