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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프로야구 감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단 9명 만이 프로야구 감독이라는 직함을 얻을 수 있다. 최고의 명예직으로 불리운다. 그만큼 감독으로서 받는 대우도 특별하다. 감독 만을 위한 승용차가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다. 감독이라는 지위에 걸맞게 보통 고급 세단을 지급한다.
단순히 이전보다 더 비싼 승용차를 타게 됐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삼성 그룹 내에서 에쿠스가 상징하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류 감독의 입지가 얼마나 탄탄해졌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삼성그룹에서 에쿠스는 사장급 인사들이 선택하는 차량이다. 류 감독이 이용하던 체어맨은 전무급 인사들이 탄다. 승용차만 놓고 보자. 류 감독에 대한 구단의 대우가 사장급으로 격상됐다는 뜻이다. 삼성그룹은 직급별로 가격대와 배기량 수준을 정해놓고 당사자가 선택하게 한다.
보통 구단들이 감독에 대한 대우를 사장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는 것이 관례임을 감안할 때, 사장급 대우를 받은 류 감독은 향후 구단의 전폭적인 신뢰와 탄탄한 지원 속에 팀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8개 구단의 감독들은 어떤 승용차를 타고 있을까. 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각 구단들은 그룹의 임원 대우 체계와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춰 승용차를 내준다. 사장이 가장 비싼 차를 타면 감독, 단장 등은 한 단계 낮은 차를 지급받는게 보통이다. 또, 모기업이 자동차에 관련된 회사라면 상황이 달라지기도 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에쿠스를 최고급 세단으로 봤을 때, 그 아래 등급으로 제네시스, 오피러스, K9 등을 꼽는다. SK 이만수 감독과 LG 김기태 감독이 제네시스를 타고, 한화 김응용 신임감독이 오피러스를 탄다. 특히 김응용 감독은 출퇴근 때 말고도 구단이 지급한 승용차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KIA 선동열 감독은 모기업이 자동차 회사인 만큼 KIA에서 만든 고급 세단인 K9을 올시즌 중에 받았다.
특수한 경우도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류 감독과 '유이하게' 에쿠스를 타고 있다. 넥센은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다른 계열사나 임원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구단이다. 자신의 팀을 이끄는 감독에게는 최고의 대우를 해줘야한다는 이장석 대표이사의 뜻에 따라 최고급 승용차를 타게 됐다. 독립구단인 고양원더스 김성근 감독이 최근 허 민 구단주로부터 독일제인 벤츠 승용차를 선물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산 김진욱 감독의 경우 특이하게 영국제 레인지로버 이보크 차량을 운전한다. 구단이 김 감독에게 원하는 차량이 있으면 요청하라고 했고, 김 감독이 이 차량을 선택했다고 한다.
한편 롯데는 김시진 감독에게 알페온, NC는 김경문 감독에게 그랜저HG를 지급했다. 위에 언급된 차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량들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객지 생활을 해야하는 두 감독은 경기장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가까워 승용차를 이용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