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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겨울,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강설량도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적어도 KIA 베테랑 서재응에게는 포근하기만 한 겨울인 듯 하다. 모처럼 느긋하고 풍족한 마음으로 연봉 재협상 테이블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내 투수고과 1위를 차지한 서재응이 오랜 만에 자존심을 한껏 세울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8~9월에 걸친 놀라운 활약은 팬들을 감동시키는 동시에 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서재응은 8월 26일 대전 한화전부터 9월 30일 군산 롯데전까지 7경기에서 선발로는 44이닝 동안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중간에 9월 2일 대전 한화전에 중간계투로 나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것까지 포함하면 '45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셈이다. 서재응의 '선발 44이닝 연속 무실점'은 현 선동열 KIA 감독이 해태 선수시절 세웠던 '37이닝 연속 무실점'을 갈아치운 신기록이다. 이 기간의 서재응은 실질적인 '에이스'였다.
하지만 이처럼 무시무시한 위력에도 불구하고 서재응은 또 승운이 없었다. 선발 연속이닝 무실점 기록을 작성중이던 기간에 '7이닝 무실점 경기'를 두 번이나 하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9월 12일 광주 롯데전과 9월 18일 광주 두산전이었다. 이 두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서재응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경기가 모두 9차례나 된다. 이 9경기에서 서재응은 오히려 5패(4차례는 승패없음)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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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재응은 시즌 중이나 끝나고 나서나 마찬가지로 단 한번도 야수들을 탓하지 않았다. '나이스 가이'라는 별명답게 너털웃음으로 지나간 일을 털어냈다. 그런 면이 바로 서재응을 자연스럽게 '덕아웃 리더'로 만들어줄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런 서재응이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팀내 투수고과 1위로 평가받은 것이다. 비록 10승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서재응의 팀 기여도와 헌신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2013 연봉이 상당히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재응은 올해 2억90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3억3000만원)보다 4000만원 삭감(-12.1%)된 금액이다. 2008년 한국무대를 밟은 뒤 처음으로 2억원대까지 연봉이 떨어졌다. 2008년 5억원에 비하면 거의 반토막이 난 수준이었다. 그러나 서재응은 절치부심한 끝에 올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이로 인해 서재응의 연봉이 어느 수준까지 오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3억원 재진입은 무조건 확실하다. 관건은 4억원대까지 진입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38% 인상률이면 4억원대에 재진입할 수 있다. 30%의 인상률만 돼도 3억770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2009년에 받았던 3억7500만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변수는 올해 KIA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여파로 전체 인상률을 높게 잡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갑을 크게 열기 어렵다.
그러나 서재응이 팀의 간판 베테랑이자 덕아웃 리더로서 고과 1위로 평가받을 만큼 기여한 점을 감안한다면 의외로 통 큰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이미 KIA는 투수고과 3위 김진우에게 175%(7000만원)의 인상률을 안겨준 바 있다. 물론 김진우의 올해 연봉(4000만원)은 서재응에 비할 수 없이 적다. 그래서 인상률을 동등 비교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고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다른 선수들에게 '희망'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들을 고려한다면 서재응에게도 화끈한 선물을 안겨줄 가능성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