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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서클 체인지업, 메이저리그에서 통할까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2-12-14 18:27


류현진의 필살기 서클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까. 그 예상을 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조건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류현진의 피칭 장면.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문제는 구종이 아니다. 구질이다. 필살기가 있어야 산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 그는 "더 이상 구종 추가는 없다"고 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구종 추가가 없다는 말은 지금 그대로의 투구 스타일을 유지하겠다는 말이다. 지금 상태로도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서클 체인지업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류현진의 필살기인 서클 체인지업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얼마나 통할까하는 점이다.

하지만 단순히 '서클 체인지업' 하나의 구종을 놓고 평가할 수 없는 문제다. 패스트볼의 위력과 제구력이 받쳐줘야 한다. 나머지 류현진의 구종인 슬라이더와 커브를 적절히 섞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그래야 류현진의 필살기 서클 체인지업이 진정한 '필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클 체인지업을 위한 조건들

류현진의 서클 체인지업 자체로만 놓고 보자. 그의 서클 체인지업에 대해 모든 미국 언론에서 수식하는 단어는 'deceptive(현혹되기 쉬운)'이다.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똑같은 투구폼, 패스트볼과 같은 궤적에서 나오다가 갑자기 떨어지거나 우타자 바깥으로 떨어지는 그의 서클 체인지업의 수준이 높다는 반응이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류현진의 서클 체인지업은 충분히 입증된 구종이다. 당연히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고 했다. 양상문 해설위원은 두 가지 이유를 더 들었다. 그는 "패스트볼과 같은 궤적으로 가다가 살짝살짝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격적인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는 더욱 효과적으로 통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서클 체인지업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들이다. 허 위원은 "메이저리그에서는 더욱 세밀한 분석을 한다. 당연히 류현진에 대한 분석도 이뤄진다. 또 타자들의 배트 스피드가 빠르다. 타격 포인트가 좀 더 뒤쪽에 있다"고 했다.


이런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서클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두 가지다. 양 위원은 "패스트볼이 적어도 150㎞ 가까운 구속이 나와야 하고 정교한 제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했다. 허 위원은 "실투는 장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리치가 길기 때문에 류현진의 승부구가 커트될 가능성도 훨씬 많다"고 했다.

패스트볼의 스피드는 별 문제가 없다. 허 위원은 "한화에서는 팀 사정상 될수록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만 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목표로 처음부터 전력을 다할 수 있다. 류현진도 메이저리그에서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이다. 당연히 패스트볼의 구속은 처음부터 시속 150㎞ 가까이 뿌릴 것"이라고 했다.

실투가 나와서 장타로 연결됐을 때 마인드의 문제가 대두된다. 하지만 이 부분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류현진의 배짱은 이미 여러차례 입증된 바 있다.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변수는 타자들의 타석 위치다. 국내와 달리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홈 플레이트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 류현진의 몸쪽 승부가 까다로울 수 있는 부분이다. 즉 몸쪽 승부에서 패스트볼이나 커브, 슬라이더를 던질 때 좀더 정교한 제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을 감안할 때 류현진의 서클 체인지업 자체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단, 그의 필살기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나머지 부분들을 류현진이 어떻게 보충해 나가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서클 체인지업

사실 류현진의 서클 체인지업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얼마만큼의 위력을 발휘하느냐는 매우 추상적이다. 실전에서 뚜껑을 열기 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매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이 주제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류현진과 비슷한 스타일의 메이저리그 정상급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들과의 비교가 필요하다.

일단 류현진과 비슷한 스타일의 투수로는 필라델피아의 에이스 콜 해멀스를 꼽을 수 있다. 올해 17승6패,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한 특급투수. 2007년부터 6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하고 올스타 3회, 월드시리즈 MVP(2008년)까지 차지한 투수다.

그의 패스트볼 구속은 144~152㎞다. 그의 서클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뛰어난 구종으로 꼽힌다. 여기에 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의 컷 패스트볼과 커브를 던진다.

특급 좌완투수인 요한 산타나(뉴욕 메츠)도 있다. 통산 139승80패를 기록한 그는 사이영상 2회, 올스타 4회의 손꼽히는 투수다. 패스트볼 구속은 141~150㎞ 정도. 특출한 서클 체인지업과 함께 2가지 종류의 슬라이더도 유명하다.

그들과 비교해도 류현진의 패스트볼 구속은 떨어지지 않는다. 150km 안팎의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문제는 제구력과 함께 나머지 구질, 슬라이더와 커브를 어떻게 강화하느냐다. 산타나에게는 서클 체인지업 뿐만 아니라 슬라이더, 해멀스에게는 커터라는 또 다른 결정구가 있다. 즉 서클 체인지업이라는 '필살기'에 더해 상대 타자의 주목도를 흐트러뜨릴 부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언론은 류현진에게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에도 류현진은 충분히 해 볼만 하다. 허 위원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류현진의 기량은 수준급의 좌완투수"라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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