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전쟁' 롯데, KIA-두산과의 머리싸움에서 승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11-29 06:29



홍성흔, 김주찬 두 FA 선수를 놓치며 스토브리그에서 패자로 전락했던 롯데. 그랬던 롯데가 2번의 보상선수 농사에서 풍년을 기록하며 단숨의 스토브리그의 숨은 승자로 떠올랐다.

롯데는 김주찬을 떠나보낸 KIA로부터 젊은 사이드암 투수인 홍성민, 홍성흔을 떠나보낸 두산으로부터 올시즌 팀의 5선발로 활약했던 전천후 투수 김승회를 보상선수로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당초 롯데가 지목할거라고 예상했던 인물들과는 거리가 멀다. 예상은 벗어났지만 "롯데가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두 사람 모두 올시즌 각 팀에서 주축투수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롯데-KIA-두산 간의 눈치싸움, 어떤 과정이 숨어있었던걸까.

일단 이번 보상선수 전쟁에서는 롯데가 머리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격이다. 롯데는 외야수 김주찬, 지명타자 홍성흔을 떠나보냈다. 보상선수 영입후보 1순위로 중심타선을 맡아줄 거포, 그리고 외야수가 필요했다. 실제, 롯데는 이 두 포지션 보강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해왔다.


자연스럽게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짜야하는 KIA와 두산은 롯데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수층이 두텁든, 엷든 20인 명단을 짜다보면 마지막까지 3~4명의 선수 선정을 놓고 고심하기 마련. 이 때 "이 구단에서 내야수를 필요로 한다더라"라는 소문이 들리면 마지막으로 이 포지션의 선수를 묶는 식이다.

KIA를 보자. 홍성민은 신인이지만 올시즌 KIA 불펜의 핵심이었다. 모두들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하다 롯데 불펜에 옆구리 투수인 정대현, 김성배가 있었음을 고려했을 것이다. 즉시전력감이 필요한 상황에 '설마 또 사이드암 투수를 뽑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면 야수들을 묶고 홍성민을 제외한 이유가 설명이 된다.

두산 역시 마찬가지. 롯데쪽에서 젊은 야수 중 한 선수를 선택할 것이라는 소문이 일찌감치 나돌았다. 두산은 롯데의 구미에 맞는 몇몇 야수를 미끼로 풀고 롯데가 지명할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들을 묶었다. 대신 투수쪽 자원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롯데는 애초에 생각했던 야수들이 나오지 않자 과감히 투수쪽으로 눈을 돌렸다. 당장 야수가 부족하지만 명투수 출신의 김시진 감독이 결국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가지고 순리대로 풀어나간 것이다.


결국 장성호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이 롯데를 웃게 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트레이드. KIA와 두산이 만약 장성호의 롯데행을 예견했다면 보호선수 명단 작성에서 투수들을 더욱 보호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두 구단이 보호선수 명단을 넘긴 후 롯데는 장성호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중심타자로 활약하기 충분하고 지명타자 뿐 아니라 1루-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선수를 얻었다. 야수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두 수준급 투수에 대한 선택은 당연한 결과였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물론 두 선수의 향후 활약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번 지명에 대해 아주 만족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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