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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한화는 29일 박찬호의 은퇴 결심 통보를 받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찬호가 1년 더 선수생활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해 박찬호의 국내 복귀를 추진하면서 많은 홍역을 치렀다. 대부분 구단들이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라 드래프트를 거쳐 박찬호의 입단팀을 결정하거나 박찬호를 획득할 경우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선택권을 내놓아야 한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한화는 각 구단 사장들을 만나 읍소작전을 펼치는 등 온갖 고생을 한 끝에 이른바 '박찬호 특별법'을 통과시키는데 성공했다. 박찬호의 '귀향'을 성사시킨 한화는 올시즌 박찬호를 통해 마케팅에서도 적잖은 효과를 봤다.
이처럼 모진 산고를 거친 끝에 쏠쏠한 재미를 누리게 됐으니 박찬호에 대한 애착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박찬호 효과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박찬호 때문에 적잖은 희생도 감수해야 했다. 한화는 지난 15일 신생팀 NC의 특별지명을 앞두고 보호선수 20명에 박찬호를 포함시켰다.
은퇴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인 류현진까지 20명에 포함시켜야 했으니 한화는 정작 보호해야 할 2명의 전력을 놓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력이 약한 한화로서는 선수 1명이라도 더 보강해도 부족할 판인데 빈약한 선수자원마저 내줘야 하는 고충이 여간 심한 게 아니었다.
여기에 김응용 감독의 마음고생도 심했다. 김 감독 체제로 야심차게 새출발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새시즌 마운드 구상에 커다란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한화는 류현진(미국 진출), 양 훈(군입대), 송신영(NC 특별지명) 등 올시즌 1군 투수진 3명을 한꺼번에 잃은 상황이었다. 특히 류현진과 양 훈은 중요한 선발자원이다.
김 감독은 박찬호의 은퇴 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박찬호의 보직은 물론이고 다른 투수들 가운데 누구를 선발 자원으로 써야 할지 가닥을 잡지 못했다.
FA(자유계약선수) 영입에 실패한 바람에 전력 보강 고민이 컸던 김 감독으로서는 새출발 의지에 김을 빼는 악재였던 셈이다.
취임 이후 40여일간 꾸준히 진행한 마무리 훈련 기간 동안 마운드 구상에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김 감독은 이제 박찬호가 빠졌으니 투수진 추가 보강을 또 고민해야 한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