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호 은퇴를 결심하게 된 속사정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11-29 17:30


25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15회 꿈나무 야구장학생 장학금 전달식이 열렸다. 장학금 전달식에서 박찬호가 초등학교 선수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2.11.25.



돌아온 '코리안특급' 박찬호(39)가 결국 현역에서 물러나게 됐다.

한화 구단은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찬호가 은퇴를 결심했으며 30일 오전 11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5일 김응용 감독(71)이 부임한 이후 향후 거취를 고민하겠다며 장고에 들어간 이후 40여일 만에 나온 결정이다.

이로써 박찬호는 17년 간의 해외생활을 접고 고향팀에서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고 복귀한 이후 1년간 고국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뒤 고향에서 마지막을 맞게 됐다.

그동안 박찬호는 현역 생활을 연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25일 2주일간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까지만 해도 현역에 미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내비쳤다.

하지만 좀더 심사숙고하겠다며 사흘을 더 고민한 박찬호의 종착점은 전격 은퇴였다. 박찬호의 주변 지인들과 현재 처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박찬호의 은퇴 배경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진작부터 은퇴 고민했다

박찬호는 지난 7월 올스타전에 출전하기로 했다가 올스타전이 열리는 날 오전 갑자기 포기했다. 갑자기 허리 통증이 왔기 때문이다. 이후 박찬호는 허리 통증 때문에 선발 로테이션에서 한동안 제외되기도 했다. 당시 박찬호는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았을 뿐 엄청난 통증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수십년간 허리를 너무 많이 썼기 때문인지 이제 다 닳아빠졌다. 떠날 때가 된 것같다"는 말을 했다. 농담섞인 하소연이었지만 이 때부터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게 지인들의 증언이다. 박찬호에게 허리 통증은 대학 시절부터 달고 살아온 고질병이다. 전력 피칭을 위해 허리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게 투수들의 숙명이다. 간혹 찾아오는 허리 통증은 물리치료와 휴식으로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박찬호는 거스를 수 없는 나이 때문에 허리 통증이 찾아오는 횟수가 늘었고, 그 통증도 이전보다 심해지는 바람에 고민이 더 커졌다. 한화 관계자는 "박찬호가 개인 몸관리를 철두철미하게 하고, 훈련량도 많은 스타일이다. 하지만 철저한 몸관리로도 극복하기 힘든 부상이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찬호는 허리 통증으로 인해 공백기가 길어질 때면 팀에 오히려 폐를 끼친다는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류현진이 미국으로 진출하고, 양 훈이 입대하면서 커다란 구멍이 생긴 한화 마운드에서 한 시즌을 더 버티기에는 박찬호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었다. 박찬호는 페넌트레이스가 끝난 뒤 휴식에 들어가면서 한화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대전구장 라커룸의 개인사물을 모두 빼갔다. 진작부터 은퇴를 암시했다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난달 15일 한화 선수단이 김응용 감독의 취임을 맞아 훈련을 재개했을 때 대전구장 라커룸의 박찬호 사물함은 텅 비어 있었다. 대전=최만식 기자


김응용 감독과의 궁합? 글쎄…

김 감독은 지난 2004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박찬호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당시 삼성 구단 사장으로 갓 취임했던 김 감독은 "박찬호의 부진에는 야구계에서는 다 알고 있는 이유가 있다. 딴 짓하지 말고 야구만 열심히 하면 부활할 수 있다"면서 "이유없이 허리가 아프고 공이 날아가면서 구질이 변하나"라고 말했다. 당시 텍사스 소속이던 박찬호가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이에 대해 박찬호의 매니지먼트사는 박찬호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고언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도 서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7년이 지난 일이지만 박찬호는 그 때의 쓴소리를 잊지 못하고 있다. 막상 김 감독이 한화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하자 박찬호 입장에서는 다소 난감해진 것이다. 여기에 김 감독과 박찬호 모두 개성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궁합을 맞추기 힘들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김 감독은 최근 서산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던 중 거취 결정을 미루고 있는 박찬호에 대해 "선수의 은퇴는 구단이 결정할 일인데, 선수에게 맡기는 것은 처음본다"며 박찬호에 대한 과도한 특별 대우를 꼬집었다. 김 감독으로서는 한화를 재건하기 위해 이름값, 나이를 따지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균등하게 기회를 주겠다는 소신으로 선수단을 이끌기로 천명한 터라 특별 대우를 지적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박찬호의 거취 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내년 시즌 마운드 구상에 커다란 차질을 빚게 되자 심기도 불편해진 것이다. 이처럼 김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왕고참 박찬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 박찬호는 지난달 15일 김 감독 취임식에 나타나 따로 인사만 나누고 11월까지 거취 고민을 하겠다고 팀을 떠난 이후 김 감독으로부터 조언을 구한다거나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았다. 박찬호가 현역 연장에 대한 미련을 갖다가도 접을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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