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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생각이) 바뀌고 있어요."
박찬호의 마음은 지금 '바람부는 갈대밭'이다. '현역연장'과 '은퇴'의 양 극단 사이에서 조석간으로 흔들리고 있다. 하루는 마음 속으로 '그래 한번 더 해보자!'했다가 다음 날에는 '이제 그만 해야겠다'는 체념이 든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머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찬호는 "조만간 결단을 내리겠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보람과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문을 연 박찬호에게 내년 거취에 대한 질문이 쇄도했다. 박찬호는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여러 사람들과 멘토들을 만났다. 오랜 기간 구상해 온 은퇴 이후 할 일, 계획 등을 점검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면서 "이제 조금 더 고민해보고 구단과 상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거취에 대한 결정을 아직 내리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94년 메이저리그 LA다저스를 시작으로 올해 국내로 돌아와 한화에서까지. 총 19년간 이어온 선수 생활을 마감할 지에 대한 결정을 쉽게 내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박찬호는 이에 대해 "매일 생각이 바뀌었다"고 표현했다. 지난 7일 미국으로 떠나 24일 돌아올 때까지 늘 자신의 거취를 고민한 것이다.
박찬호는 "미국에 있는 기간에 날씨가 좋아서 훈련을 많이 했다. 훈련을 통해 자신감이 불어날 때는 내년에 대한 의욕이 생기기도 했고, 또 몸이 안 따르면 '여기까지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비행기에서 팬들을 만날 때나 후배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문자를 받을 때는 또 다른 생각(현역연장)이 들기도 했다"면서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특히 박찬호는 "미국에 있을 동안 운동이 매우 잘 됐다"면서 과거 다저스 시절의 예를 들었다. 박찬호는 "그 당시(다저스 시절) 러닝머신을 탈 때 늘 설정해놓던 경사도(3도)와 스피드가 있었는데, 최근 몇 년간은 그런 설정에서 못 뛰었다. 그런데 이번 미국 체류 기간 내내 예전처럼 달릴 수 있어서 (내년에 대한)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몸만 받쳐준다면 현역을 연장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박찬호의 거취는 현 시점에서는 '미정'이다. 한화 역시도 급한 입장이 아니다. 이미 내년도 보류선수 명단에는 포함시켰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한화 관계자는 "재촉할 일이 아니지 않나. 박찬호에게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충분히 생각한 뒤에 구단과 상의해서 서로 좋은 결론을 내리면 된다"고 밝혔다. 박찬호 역시 "아직 (거취에 대해) 결정이 안됐다. 생각을 다 정리한 뒤에 구단과 상의해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소공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