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선발 용병 3명' 고집하는 이유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11-23 03:12 | 최종수정 2012-11-23 07:28



'싸울 수 있는 선발투수'를 원하는 그의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NC는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4일 동안 무려 121억1500만원의 지출을 결정했다. 기존 구단에서 보호선수 20인 외 1명씩을 지명하고, FA(자유계약선수) 이호준 이현곤을 영입했다. 올시즌 퓨처스리그(2군) 남부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신생팀은 신생팀. 거액의 지출을 한 뒤에도 아직 기존 구단에 비해 선수 자원은 한없이 부족해 보인다.

이제 마지막으로 똑똑하게 돈을 써야 할 곳이 남았다. 바로 외국인선수 영입이다. 2013년 1군 무대에 처음 진입하는 NC의 가장 큰 특혜 중 하나가 외국인선수다. 기존 구단은 그대로 2명을 보유하지만, NC는 3명을 보유할 수 있다. 출전에도 제한이 없다. 마음만 먹는다면 선발과 마무리 투수, 그리고 4번타자까지 외국인선수 3명을 모두 한 경기에 몰아 넣을 수도 있다.

6~7회까지 버텨줄 선발투수, 외국인선수가 낫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의 외국인선수 구상은 일찌감치 '선발투수 3명'이었다. 뒷문의 중요성이나 타선의 무게감을 생각하면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22일 마산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아무리 선수들을 긁어 모아도 선발투수가 앞에서 싸우지 못하면 힘들다. 6회나 7회까지는 버텨줘야 한다. 외국인선수 3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NC는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우선지명을 통해 신인드래프트에서 투수 최대어들을 확보했다. 또한 올시즌 2차 드래프트로 데려온 이재학을 수준급 선발투수로 키워냈다. 하지만 1군 무대에선 검증이 안 된 '유망주'일 뿐이다. 보다 확실한 카드가 필요했다. '선발 용병 3명' 카드는 이렇게 탄생했다.


22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종합운동장 내 올림픽 기념관에서 진행된 'NC 다이노스 타운 홀 미팅' 에서 8개 구단 특별지명으로 NC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조영훈, 김종호, 모창민, 이태양, 송신영, 고창성, 김태군, 이승호.
마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1.22/
김 감독은 "되든 안되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질 투수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른 곳에 과부하가 안 걸린다"고 말했다. 외국인선수는 이런 면에서 신인보다 나은 선택이다.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에게 '되든 안 되든' 부딪히도록 하는 것은 감독 입장에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자칫 정신적 타격이라도 입는 날엔 성장이 아닌 '퇴보'가 따를 뿐이다.

기형적인 일정을 만들어낼 '9개 구단 체제'에선 선발이 강한 팀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좋은 투수들만 몰아 쓰는 변칙 로테이션이 난무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3선발이 탄탄한 팀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 김 감독이 자신감 있게 구단에 "외국인선수는 무조건 선발투수"를 외친 이유다.


NC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외국인선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왔다. 2013시즌을 대비해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던 것. 전지훈련 기간 직접 도미니카공화국에 방문해 중남미 야구계와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미국 등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에이전트들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수준급 외국인선수 영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앞문은 용병이 막는다, 뒷문은? 집단 마무리 체제

앞문이 강화됐다면, 뒷문 단속은 어떨까. 김 감독은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일단 김 감독은 특별지명에서 선발 유망주보단 당장 필승조로 뛸 수 있는 즉시전력들을 모았다. 이승호(전 롯데)와 송신영(전 한화), 고창성(전 두산) 모두 올시즌 부진했지만, 이전까지 정상급 불펜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이들이다. 넥센이 2군에서 애지중지 키운 이태양만이 육성 자원일 뿐, 4명의 특별지명 투수 중 3명이 곧장 NC의 필승조에 진입한다. 왼손, 오른손, 그리고 사이드암까지. 구색도 다 갖췄다.

김 감독은 "고정 마무리투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3명 정도가 컨디션과 상대 타선에 따라 등판하는 '집단 마무리 체제'다.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마무리로 20세이브를 올린 김진성을 포함해 기존 투수들과 특별지명 선수들 중에서 옥석을 가린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너무 틀을 세워 놓고 하면 선수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우리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다. 한 선수에게 짐을 지우기 보다는 같이 더불어 가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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