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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과목만 잘해서는 진정한 우등생이 될 수 없다. 국어는 기본이고, 수학이나 영어에도 일가견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늘 시험이 종료되면 학우들이 답안을 물어보려 달려오는 정도가 돼야 진짜 '우등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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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 감독이 KIA 투수진의 교통정리에 나섰다. 선발투수쪽으로 과도하게 편중된 마운드의 무게 중심을 뒤쪽, 즉 불펜과 마무리로 옮기기 위한 교통정리다. 궁극적으로는 '뒷문이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선 감독의 야구철학이 발현되는 과정이다.
일단 앤서니와 소사 등 두 명의 외국인 투수를 모두 잡는다는 전제를 하면 KIA는 무려 5명의 '10승급' 선발진을 갖추게 된다. 외국인 선발 2명과 더불어 토종 에이스 윤석민에 베테랑 서재응과 '부활한 천재' 김진우가 선발로테이션을 단숨에 채우게 된다. 공교롭게도 5명의 투수가 모두 10승이 어렵지 않은 우완 정통파다. 물론 평균구속이나 구종, 투구 습관 등에서는 각자 차이가 있으나 비슷한 유형의 투수로만 5명의 선발진을 채우는 것은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면이 있다.
이에 반해 불펜진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보통 12명으로 구성되는 페넌트레이스 투수엔트리에서 이들 5명을 제외한 불펜진은 7명 정도다. 그러나 올해의 기록에서 나타나듯 확실하게 '필승조'라고 할 만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시즌 초·중반까지는 신인 박지훈이 그나마 위력을 보였지만, 중반 이후로 갈수록 경험과 체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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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문을 확실히 닫아야 진짜 강팀
또 확실한 마무리도 없다. 2009 우승의 주역인 유동훈이나 올해 깜짝 합류이후 뒷문을 지킨 최향남이 있지만 확실한 마무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다보니 KIA는 2012시즌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린 투수가 없는 동시에 최소세이브(27개)를 기록한 팀이 됐다. 동시에 최다 블론세이브(18개)를 기록한 팀이기도 했다. 만약 블론세이브를 5개만 줄였더라도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무리가 없었다.
이런 식의 과도한 우완선발 편중현상을 고치고, 고질적인 마무리 부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 감독은 '교통정리'를 구상 중이다. 넘치는 선발 자원에서 1명 정도를 아예 마무리로 돌리고, 현재 집중조련 중인 좌완 양현종을 선발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마무리 후보였던 한기주가 또 손가락 수술을 받은데다 또 다른 후보였던 한승혁도 썩 믿음직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 감독의 눈이 향한 것은 올해 6년만에 10승을 재달성한 김진우로 보인다. 강속구와 떨어지는 변화구(커브), 배짱 등에서 꽤 매력적인 후보다. 게다가 마무리 경험도 없지 않다.
KIA의 투수진 '교통정리'는 아마도 내년 스프링캠프가 종료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러 조합을 바꿔보면서 최적의 해답을 찾는 것. KIA가 진정한 '강팀'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