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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리더쉽' 홍성흔, FA 모범사례 남겼다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2-11-21 10:00 | 최종수정 2012-11-21 15:28


롯데와 SK의 201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롯데 홍성흔이 덕아웃에서 권투 동작을 흉내내며 옆에 앉은 손아섭을 즐겁게 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3년전 2009년 6월 7일 일요일, 초여름의 더위가 제법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던 잠실구장에서 홈팀 두산 베어스와 원정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펼쳐졌다. 당시 자이언츠의 선발투수는 어깨 부상으로 인해 재활을 거치고 모처럼 마운드에 올라선 손민한이었다. 과연 손민한이 어느 정도 베어스 타선을 막아줄 것인지가 관심사였는데, 손민한은 예상 밖의 호투를 펼치면서 8회에 이정훈에게 마운드를 넘길 때까지 베어스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손민한은 인상적인 복귀전을 펼쳤지만, 그 날 경기가 결국 그의 프로 무대에서의 마지막 호투가 되고 말았다. 양팀의 팽팽한 투수전 속에서 공수 교대시에 특히 자이언츠가 수비를 마치고 야수들이 덕아웃으로 들어갈 무렵, 등번호 49번의 건장한 사내가 덕아웃 밖으로 나와 힘껏 박수를 치면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다름 아닌 2009 시즌부터 자이언츠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홍성흔이었다. 2008시즌 까지 베어스의 간판스타로 활약하다가 시즌 종료 후 자이언츠와 FA 4년 계약을 맺은 홍성흔은 그라운드 뿐만 아니라 덕아웃에서도 특유의 파이팅을 선보이면서 동료 선수들의 기를 북돋워주었다. 주로 지명타자로 활약하던 홍성흔은 본인이 수비에 나서지 않는 대신 덕아웃에서 쉴새없이 동료들의 파이팅을 독려하였다.

내야 응원석에만 치어리더가 있는 것이 아니다. 홍성흔은 덕아웃에서 치어 리더쉽 (Cheer Leadership)을 발휘하면서 팀 케미스트리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덕아웃에서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도 홍성흔은 호쾌한 활약을 펼친다. 특히 2009시즌 부터 올 시즌까지 자이언츠에서 활동하는 동안 홍성흔은 이대호, 가르시아 등과 함께 리그 최강의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했고, 이대호가 일본으로 진출한 올 시즌에는 팀의 4번 타자로서 든든한 기둥역할을 하였다.

올 시즌을 마치고 두 번째 FA 자격을 획득한 홍성흔은 원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 대신 자신의 고향팀인 두산 베어스로 다시 복귀하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계약기간의 차이였다. 3년 34억원을 제시한 롯데 자이언츠의 제안을 뿌리치고 4년 31억원을 제시한 고향팀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홍성흔을 두고 두산 팬들 사이에서 논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논쟁의 가장 큰 요인은 그의 나이(36세)에 비해 계약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이다. 4년 뒤면 마흔이 되는 홍성흔이 과연 체력적인 하자 없이 꾸준히 활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그러나 그의 성적을 살펴보면 30세 이전 보다는 오히려 30세를 넘어서면서 타격에 눈을 뜬듯한 모습이다. 32세 이전까지 3할 타율을 넘었던 적이 2004 시즌 단 한 차례에 불과했던 홍성흔은 2008년 부터 올 시즌까지 올 시즌 단 한 차례만 제외하고 4시즌 연속 3할 타율을 넘어섰다. 워낙에 자기 관리가 철저한 만큼 홍성흔에게 나이는 오히려 숫자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30세를 넘어서 타격이 폭발하는 선수들이 비일비재하다.

또 다른 논쟁의 요인은 홍성흔의 영입으로 인해 포지션의 중복, 그리고 베어스에 뛰어난 유망자원들이 설 기회가 줄어든다는 부분이다. 홍성흔 외에도 기존에 김동주, 최준석 그리고 차세대 4번 타자로 지목받는 윤석민 등이 지명타자 포지션에 몰려 있는데, 과연 어떻게 교통정리가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또한 자이언츠에 FA 보상선수로 최주환, 허경민, 김재호, 민병헌 등의 알짜배기 요원들을 내주게 되면 장기적으로 볼 때 팀 전력에 마이너스가 될 우려가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고참 선수의 솔선수범 리더쉽은 팀에 무형의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두산 베어스는 덕아웃에서 고참 역할을 해줄만한 선수들이 눈에 뜨이지 않는다. 젊은 유망 자원들이 워낙 많은 팀 상황을 고려할 때, 홍성흔과 같은 리더쉽이 뛰어난 고참이 젊은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베어스의 화수분 야구에 귀중한 자양분을 심어줄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FA로 이적 후 2번째 FA 자격을 취득하면서 친정팀으로 복귀한 홍성흔은 역대 FA 선수들 사이에선 최고의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 2000시즌을 앞두고 FA 제도가 실시된 이후, 수많은 먹튀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해당 팀과 팬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홍성흔은 끊임없는 노력과 그만의 특유의 '치어리더쉽'으로 친정팀이 그를 절실히 필요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서도 꾸준한 활약을 펼친다면 홍성흔의 '치어리더쉽'은 야구 교과서에 실릴 만한 모범적인 리더쉽으로 남을 것이다. <양형진 객원기자, 나루세의 不老句(http://blog.naver.com/yhjmania)>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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