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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팀의 주장은 대개 소속팀에서 오랫동안 활약을 해온 고참급 선수가 맡는다. 팀에 대한 충성도는 기본이고, 리더십이 있어야 하며, 감독과 코드가 맞아야하고, 선수들의 신망이 두터워야 한다. 주장은 코칭스태프와 선수간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선수단 분위기를 긍정적인 쪽으로 끌어가야 한다. 때로는 선수들의 입장에서 구단과 코칭스태프에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한다. 주장이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1군 경기에 꾸준히 출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두산 시절 김경문 감독은 은퇴가 결정돼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있던 주장 권명철을 1군 선수단과 함께 하게 했다.
주장 선임 방식은 구단마다 조금씩 다른데, 일반적으로 선수들이 정하는 형식을 취할 때가 많다. 물론, 이 경우에도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다. 감독이 특정 선수에게 직접 주장 완장을 채워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두 김 감독이 홍성흔과 이호준을 주장으로 내세운 이유는 분명하다.
두산이 4년 전 FA가 되어 롯데로 떠났던 홍성흔을 다시 불러들인 것은 그가 뛰어난 경기력 뿐만 아니라 선수단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홍성흔은 한참 아래 후배와도 격의없이 소통하는 선배다. 밝은 성격, 유쾌한 입담으로 덕아웃과 라커룸에 활기를 불어넣는 선수이다. 오랫동안 간판 대접을 받으며 베어스를 지킨 김동주와 다른 유형의 선수이다. 홍성흔이 두산에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했고 롯데에서도 주장을 경험했다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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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 또한 비슷한 이유에서 이호준의 합류를 반겼다. 내년 시즌 프로 17년차가 되는 이호준은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NC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이호준 또한 후배들과 벽을 두고 지내는 스타일의 선수가 아니다. 김경문 감독은 "위에서가 아니라 선수단 스스로 파이팅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호준이 선수들을 잘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보통 주장은 1년 혹은 2년 단위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넥센 히어로즈 분위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현재 히어로즈 캡틴은 LG에서 두 시즌을 뛰고 복귀한 이택근(32). 본래 주장은 강병식이었는데 전반기에 그가 주로 2군에 머물게 되자 김시진 감독은 지난 7월 이택근을 주장으로 내세웠다.
당시 김시진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은 "본래 데려올 때부터 주장으로 이택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다"는 말을 했다. 팀에 대한 애착이나 팀과 동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마음가짐, 선수단 내 위상, 코칭스태프의 신뢰 등 모든 면에서 이택근은 주장감이었다. LG에서 이적하고 바로 주장을 맡기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어 시기를 뒤로 미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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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첫 해 크고작은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되자 이택근은 구단과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이택근은 FA 대박을 터트린 첫 해부터 느슨하게 플레이를 한다는 이야기가 제일 듣기 싫다고 한다.
구단 관계자들과 염경엽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이택근이 가능한한 오랫동안 주장으로 있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택근이 히어로즈와 4년 계약을 했는데, 이 기간은 물론, 우리 팀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계속 주장을 맡았으면 좋겠다. 구단 프런트뿐만 아니라 염 감독 등 코칭스태프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택근을 영원한 주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