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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A 다저스로 낙찰된 류현진의 포스팅 시스템을 두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
다저스가 제시한 정확한 금액은 2573만7737달러33센트다. 흔히 계산하기 편하게 2500만달러로 딱 떨어지는 숫자면 좋을 텐데 왜 하필 '73만7737달러33센트'라는 꼬리가 붙었냐는 것이다.
이 금액을 제시받은 한화 구단도 몹시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지금까지 나온 추측 가운데 가장 유력한 것은 메이저리그의 포스팅 관례다.
뉴욕 양키스가 일본 출신 이가와 게이의 포스팅 금액으로 제시한 2600만194달러에도 그들 만의 법칙이 숨어있다. 194달러의 '194'는 이가와가 한신 타이거스에서 2006년에 기록한 탈삼진 숫자 (194개)에서 따온 것으로 양키스에서 탈삼진 많이 던지라는 소망을 담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의 2573만7737달러33센트에서는 류현진의 기록이나 배번(99)과의 연관성을 어디에도 찾아 볼 수가 없다.
한화 구단은 다저스의 예산 배정 비율에 숫자의 비밀의 있는 게 아니냐고 추측했다. 보통 구단들은 1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선수 영입에 필요한 '인건비' 예산을 일정 비율로 배정한다.
올해의 경우 류현진을 영입하는데 당장 들어가야 할 예산은 포스팅 금액과 계약금 정도다. 연봉은 입단이 성사된 이후 내년부터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올해의 예산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다저스는 류현진만 영입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의 선수를 사고 팔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인건비에서 '류현진 예산'에 할당된 퍼센트(%)로 나누다 보니 난수표같은 금액이 나오지 않았겠느는 게 한화의 추측이다. 하지만 33센트라는 자투리 금액까지 붙은 것을 보면 류현진의 인건비 비율이 소숫점 이하 몇자리까지 나와야 가능하다. 이 역시 신빙성은 떨어진다.
이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포스팅 시스템은 1달러, 1센트라도 더 쓴 팀이 승리하기 때문에 비슷한 금액에서 경합할 것에 대비해 자투리 금액을 붙이는 것 같다"고 추측할 뿐 류현진에게 왜 그런 자투리 숫자가 붙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장 신뢰도 높은 해석이 미국 현지 언론에서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지역 언론인 프레스텔레그램은 최근 다저스가 류현진 영입에 착수한 소식을 전하면서 다저스의 입찰금에 숫자에 대해 '숫자 7과 3은 한국에서 행운의 숫자로 간주된다(7 and 3 are considered lucky numbers in Korea)'는 표현을 썼다.
LA의 오렌지카운티 지역 매체인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도 같은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보아하니 숫자 3과 7은 한국 문화에서 행운의 상징이기 때문에 선택된 숫자(apparently chosen because the numbers 3 and 7 are considered lucky in Korean culture)'라고 설명했다.
그럴 듯한 추측이다.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을 아라비아 숫자 금액 표기 방식으로 나열하면 $25,737,737.33가 된다. 2500만달러 이후에 '737'이 규칙적으로 배열 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에서 숫자 '7'은 행운, '3'은 '복삼(福三)'이라고 해서 복을 안겨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내 최다 한인팬을 보유한 다저스가 이런 한국 문화를 파악하고 포스팅 금액에 적절하게 조합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소숫점 이하 33센트일까? 77센트라고 해도 별 차이는 없을 텐데. 여기에는 다저스 구단의 또다른 섬세함이 숨어 있다. '25,737,737'까지 '7'이란 숫자는 모두 4번 사용됐고, '3'은 2번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7'과 '3'의 배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마지막 소숫점 이하 두 자리에 '3'을 두 번 연속 붙였다는 추정이 그럴 듯하다.
아무래도 '$25,737,737.33'란 금액의 배열은 '$25,373,373.77'보다는 비싸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써야하는 입찰경쟁에서 안심할 수 있다.
다저스 구단은 류현진과의 입단계약이 완료되면 포스팅 금액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보다 더 그럴 듯한 설명은 없을 것 같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