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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운명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류현진(25)이 14일 미국으로 출국해 LA 다저스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입단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꿈에 그리던 미국 진출이 최종 성사되는 만큼 류현진 본인도 긴장되는 순간이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협상의 귀재인 만큼 입단계약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벌써부터 양측의 신경전에 불이 붙어 과연 앞으로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라스는 "류현진은 3선발급이다. 2년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뒤 미국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며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저스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에 다저스는 "류현진의 입단 계약 완료는 12월 윈터미팅 이후에 하겠다"며 반격에 나섰다. 앞으로 협상기간은 28일 남았다.
피말리는 28일간 류현진이 예의주시해야 할 협상 포인트가 있다. 류현진 측이 넘고 가야 할 산이기도 하다.
윈터미팅 이후로 미룬다는 의미는?
다저스 구단은 13일(한국시각)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류현진과의 계약을 윈터미팅 이후에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분히 류현진과의 연봉 흥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안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은 다음달 3~6일(현지시각) 사흘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개최된다. 각 구단 단장과 에이전트들이 참가하는 윈터미팅은 '선수 시장'이다. 이른바 대어급 FA와 트레이드 대상자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다. 포스팅 사상 역대 4번째로 높은 금액인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를 제출한 다저스로서는 포스팅에 다소 무리를 한만큼 순수 연봉에서 보전하려고 들 게 뻔하다. 가능한 적은 돈으로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싶은 게 프로세계의 생리다. 류현진의 연봉을 낮추기 위해서는 윈터미팅이 적절한 카드다. 미국에는 류현진에 필적할 만한 선수자원이 많다. 다저스는 이런 선수들이 윈터미팅 시장에 나올 경우를 대비해 류현진이 연봉을 너무 세게 요구하면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저의를 슬쩍 내비친 것이다. '선수 장사' 전문가인 보라스 입장에서는 류현진이 이번 협상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사실 크게 밑질 것은 없다. 그의 말대로 2년 뒤 FA로 진출하면 류현진의 순수 몸값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수수료도 더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류현진 본인의 조기 미국 진출 열망이 강하다. 류현진은 포스팅에서 만족할 만한 평가를 받은 이상 순수연봉 액수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이같은 '간절함'을 공략해 연봉 줄이기에 나서는 것이다.
장기계약이냐 단기계약이냐
다저스의 협상 전략 일면이 드러난 이상 류현진 측에서는 최대한 만족스러운 조건을 이끌어 내야 한다. 여기서 주요 관건은 계약기간이다. 다저스 구단은 일단 장기계약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의 말대로 류현진은 2013년부터 사직되는 팀 체질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영입대상에 올렸기 때문이다. 가능한 오랜 기간 류현진을 붙잡아 두고 본전을 뽑을 생각이다. 장기계약을 할 경우 연봉 총액을 높아지겠지만 당장 큰돈을 손에 넣기는 힘들다.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의 경우 6년간 5200만달러(약 565억원)의 연봉 대박을 터뜨렸지만 입단 첫해(2007년) 연봉 600만달러(약 65억원)로 시작해 800만달러(약 87억원·2008~2010년)→1000만달러(약 108억원·2011~2012년)로 점차 높였다. 6년간 6000만달러(약 652억원)에 계약한 다르빗슈(텍사스)도 올해 550만달러(약 59억원)에서 시작해 내년 950만달러(약 103억원)→1000만달러(약 108억원·2014∼2016년)→1100만달러(약 119억원·2017년)로 차등화했다. 현재 다저스에 소속된 플레이튼 커쇼, 채드 빌링슬리, 테드 릴리 등 선발진도 이같은 연봉체계를 갖추고 있다. 류현진에 대한 미국 현지의 객관적인 평가가 마쓰자카, 다르빗슈급은 안되기 때문에 이들처럼 초반부터 거액의 연봉을 보장받기는 힘들다. 현재 다저스 선발진 가운데 내년 시즌 최저 연봉자인 메이저리그 8년차 카푸아노(600만달러·약 65억원)도 올해 다저스에서의 첫 시즌때 300만달러(32억원)를 받았다. 장기계약을 원하는 다저스에 맞서 류현진은 단기계약을 활용할 수 있다. 포스팅으로 진출한 류현진의 경우 다저스와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류현진은 아직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2년 정도 짧게 계약해 기량을 검증받은 뒤 FA시장에 나와 진정한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대신 당장 보장받는 연봉 규모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미국 현지 언론들도 이같은 방안이 류현진에게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라스가 "2년 뒤 FA 이후…"를 언급한 것도 류현진의 미국 진출을 늦출 수 있다는 게 겉으로 드러난 의미이지만 FA시장에서 재평가를 받는다는 전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