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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야구선수 손민한이지, 다른 손민한이 아니더라구요."
손민한. 롯데팬들에게 '전국구 에이스'라 불렸던 그의 이름은 지난 2009년 이후 빠르게 잊혀져 갔다. 그 해 오른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은 뒤 1군에서 사라졌다. 등판 기록 자체가 없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지난 12일, 손민한은 1년 전 그날처럼 다시 김경문 감독을 찾았다. "다시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쇼."
당장 계약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진행된 테스트 때만 해도 곧장 공을 던질 몸상태가 돼 있었다. 최향남과 함께 제주도에서 개인훈련을 해오다 NC가 제주도에 캠프를 차리자 직접 찾아갔다. 30구의 공을 던지는 모습까지 확인한 NC는 메디컬테스트까지 진행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선수협 비리가 불거지면서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결국 구단은 고심 끝에 손민한의 영입을 철회했다.
금방 끝날 것만 같던 검찰 조사는 생갭다 길어졌다.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기까지 10달 가까이 걸렸다. 혼자 운동을 했다곤 하지만, 의욕적으로 몸을 만들었던 지난해와는 달랐다. 야구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김 감독을 찾아간 손민한은 절박했다. "기회를 주신다면, 빠른 시간 내에 몸을 만들어서 다시 공 던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결국 김 감독과 NC는 다시 한 번 손민한에게 손을 내밀었다. 입단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2개월간 마산구장에서 훈련할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선수단과 같이 움직이지도 않는다. 운동하는 건 모두 손민한의 몫이다. 2개월 뒤 가질 최종 테스트, 그 테스트가 '선수 손민한'으로서의 마지막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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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괴롭기만 했다. 그는 "이젠 진짜 야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난해엔 복귀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고, 의욕도 앞섰다. 하지만 막막하기만 했던 올해는 복귀를 하는 게 맞는지 좌절감이 컸다"고 고백했다.
많은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냈지만, 주변의 조언은 역시 '야구선수 손민한'이었다. 통산 103승을 올린 백전노장. 현역선수 중 그보다 많은 승리를 올린 투수는 아직 없다(삼성 배영수 102승). 쉬는 동안 그가 들은 가장 많은 말은 "마지막을 이렇게 끝내기는 좀 그렇지 않나"였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후회 없이 도전해보고 싶어요." 수술 후 오랜 재활, 그리고 그간의 마음 고생. 손민한은 '미련'이란 말을 꺼냈다. 그는 "미련이 남았나 보다. 진짜 마지막 도전에서 안 된다면, 그땐 미련없이 관두는 게 맞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손민한은 구단에 여벌로 남은 유니폼을 입고 운동하고 있다. 선수들과 따로 움직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유니폼을 입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식 유니폼은 아니다. 이름 하나 새겨지지 않은 휑한 유니폼. 하지만 이 유니폼 한 벌도 손민한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다. 유니폼을 입고 운동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는 "갓 입단한 신인 같은 느낌"이라며 활짝 웃었다.
마지막으로 선수로서 최고의 도리를 하고 떠나겠다는 손민한. 그의 재기 여부는 1월 중에 판가름난다. 전지훈련 전후로 진행되는 최종 테스트에서 합격할 수 있을까. 손민한은 "야구선수로서 손민한을 좋아해주셨듯,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굳은 각오를 다졌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