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WBC 대진, 여전히 문제 많다

김준석 기자

기사입력 2012-11-13 13:24


제2회 WBC 대회 당시 모습.
LA=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어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예비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대표팀에 선발된 28명의 선수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는 것은 프로야구의 뜨거운 인기와 WBC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2회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제3회 WBC에서 예선을 면제받아 내년 3월 2일부터 대만 타이중에서 벌어지는 본선 1라운드 B조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B조에 속하게 된 것은 한국을 비롯해 호주, 네덜란드이며 예선을 거친 나머지 한 나라가 추가될 예정인데 전력 상 대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2회 WBC는 1라운드와 2라운드가 모두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치러졌습니다. 한 번만 패하면 탈락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2패를 하지 않는 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더블 엘리미네이션의 특징입니다. 쉽게 말해 패자부활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2회 WBC에서 한국은 무려 5번이나 피 말리는 한일전을 치러야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인 데다 1라운드를 통과해도 다시 2라운드에서 일본과 같은 조에 편성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2번의 라운드에서 4번이나 한일전을 치렀고 결승전에서도 또 만나 일본과 싸워야 했습니다. 한국이 제2회 WBC에서 치른 경기가 9경기인데 그 중 5번의 한일전을 치른 것은 대회 명칭인 '월드'와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 것입니다.

문제는 2009년 개최된 제2회 WBC에서 제기된 대진의 맹점이 제3회 WBC에서도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제3회 WBC 본선 1라운드는 더블 엘리미네이션이 아닌 풀 리그로 치러지지만 2라운드는 더블 엘리미네이션으로 치러집니다. 1라운드를 한국과 함께 통과한 팀이 2라운드에 또 다시 함께 조 편성이 되는 것 또한 지난 대회와 동일합니다. 만일 한국과 대만이 1라운드를 통과해 2라운드에 진출한다면 한국은 준결승전 이후의 챔피언십 라운드까지 포함해 대만과 최대 4번의 경기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대만이 2라운드의 벽을 넘어 챔피언십 라운드까지 진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도쿄돔에서 개최되는 2라운드에는 일본과 쿠바가 올라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2회 WBC에서 더블 엘리미네이션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한일전이 최대 5번까지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대회 전부터 제기되었고 이것이 실현되리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으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한일전은 5번이나 치러졌습니다. 아시아시리즈에서 삼성이 대만시리즈 우승팀 라미고에 완패를 당했듯이 결코 만만치 않은 저력을 지닌 대만이 제3회 WBC에서 선전하지 말라는 법은 결코 없습니다.

한국 대표팀이 일본 및 대만과 같은 지역 라이벌과 맞대결하는 것은 흥미롭지만 눈높이가 높아진 야구팬들은 야구 수준이 높은 중남미 국가의 대표팀과의 진검승부를 보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메이저리거가 포함된 중남미 국가와의 대표팀간 맞대결은 WBC가 아니면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두 번의 WBC에서 한국이 만난 중남미 팀은 멕시코와 베네수엘라가 전부였습니다. WBC를 주관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더블 엘리미네이션과 엇비슷한 조 편성을 반복해 지역 라이벌 구도 심화를 통한 흥행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3회 WBC에서 현재의 조 편성이라면 챔피언십 라운드 이전까지 한국이 만날 중남미 국가는 쿠바가 유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에서 퇴출되었으며 국제야구연맹(IBAF)이 주관하는 야구월드컵 또한 작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되었습니다. 이제 WBC가 '야구의 세계화'라는 중책을 떠맡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들의 색다른 맞대결을 통한 교류의 확대보다 흥행을 위한 지역 라이벌 구도에만 얽매이는 WBC가 야구의 세계화에 진정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