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FA 집안단속, 이번엔? '무조건 잡아!'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11-04 11:48



지난해엔 LG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자존심이 상했다. 올해는 어떨까.

FA시장이 열린다, 공급은 적은데 수요는 넘치는 상황이다. 지난해보다 적은 10명 안팎의 신청자가 나올 전망. 하지만 이미 KIA와 한화가 거물급 FA 영입을 선언했고,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전력이 약화되고 있는 SK나 4강에 만족해야 했던 두산 등도 FA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단 계획을 세웠다. 2013년 1군 리그에 진입하는 NC 역시 FA시장에서 '큰손'으로 나설 수 있다.

올해로 10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LG는 울상이다. 가뜩이나 대어급 FA가 없는 상황에서 주전선수 2명이 FA 자격을 재취득했다. '국민우익수' 이진영과 '신개념 4번타자' 정성훈이다.

이진영과 정성훈은 LG에겐 상징성이 큰 존재다. 지난 2008년 말 둘은 나란히 'FA 대박'을 터뜨리며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FA 타구단 이적시 인상액 전년도 연봉 50% 초과 불가', '계약금과 다년계약 불가'라는 규약을 엄격히 적용한 탓에 3억6000만원(이진영) 3억5000만원(정성훈)이라는 초라한 액수로 발표됐지만, 실제로 둘은 4년간 약 40억원, 25억원의 대박 계약을 맺었다.

둘은 LG의 'FA 잔혹사'를 끊은 장본인이다. LG는 그간 홍현우(4년 18억원) 진필중(4년 30억원) 박명환(4년 40억원)과 거액계약을 맺고도 '쪽박'을 찼다. 돈은 돈대로 쓰고, 실속은 하나도 못 챙겼다.

하지만 이진영과 정성훈은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활약을 펼쳤다. 이진영은 4년간 426경기서 타율 3할4리 27홈런 211타점을, 정성훈은 466경기서 타율 2할9푼2리 36홈런 218타점을 기록했다. 출전경기수만 봐도 팀 내에서 4번째, 2번째로 많았다. 이진영이 경기 도중 부상을 입고 잠시 자리를 비운 적이 있어도 '먹튀' 소리를 들어야만 했던 이전 FA들과는 달랐다. 꾸준했다.

물론 이 기간 LG는 숙원이던 4강 진출에 잇달아 실패했다. 하지만 둘이 없었을 때의 성적은?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었을 지도 모른다.


지난 2008년 11월30일 LG 구단 사무실에서 입단식을 하고 있는 이진영과 정성훈. 스포츠조선DB
LG는 지난해 내부 FA 3인방(조인성 이택근 송신영)을 놓친 전력이 있다. 그동안 '사서 쓰는' FA의 폐해를 너무 많이 봤기에 계약에 신중했지만, 선수의 마음을 잡지 못한 게 가장 컸다. 우선협상 기간에 느긋하게 선수의 심경 변화만 기다렸다. 결국 셋은 타구단과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줄줄이 계약서에 사인했다.


물론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됐을 수는 있다. 선수간 위화감이 사라졌고, 위기 의식 속에 선수단이 결집했다. 신임 김기태 감독 체제가 빠르게 자리잡는 촉매제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 LG는 떠난 이들의 뒤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미래를 만드는 작업에 소홀했기에 10년 연속 안방에서 열리는 가을잔치를 구경해야만 했다.

일단 김기태 감독은 "당연히 구단에서 둘을 잡아주지 않겠나"라며 구단의 협상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체할 수 없는 선수'라는 인식은 코칭스태프는 물론, 구단에서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떠난 이들이 'LG가 마음을 잡지 못했다'고 말한 데 대해 자존심이 많이 상한 상태다. 백순길 단장은 시즌 막판부터 '우리 식구'라는 표현을 쓰면서 선수의 편에서 모든 걸 생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우선협상기간이 끝나면, 둘의 유니폼은 무조건 바뀐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에도 우선협상기간이 끝난 자정부터 세 선수에게 달려들어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진영과 정성훈은 롯데 김주찬과 함께 이번 FA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LG가 둘의 마음을 붙잡지 못한다면, 시장은 강하게 요동칠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지난해 경기가 우천취소되자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원정팀 덕아웃을 향해 경기 취소 사인을 보내고 있는 이진영과 정성훈.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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