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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SK 승리의 선결조건, '톱타자' 배영섭부터 잡아라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10-28 11:58 | 최종수정 2012-10-28 11:58


25일 오후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과 SK의 경기가 열렸다. 7회말 무사 1루서 삼성 배영섭이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2루에서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10.25.

천리길을 가려면? 일단 첫 걸음을 씩씩하게 떼어야 한다. 한국시리즈에서 SK가 승리하려면? 무조건 삼성 1번 배영섭을 잡아야 한다.

한국시리즈 초반 2연패를 당하며 절망에 빠졌던 SK가 일단은 한숨을 돌렸다. 27일로 예정됐던 3차전이 우천순연된 덕분에 하루 더 쉬면서 전력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천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치 복싱에서 좌우 스트레이트 연타를 제대로 얻어맞아 중심이 흐트러진 복서가 때마침 울린 라운드 종료 벨소리 덕분에 코너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 형국이다. 만약 그대로 경기가 계속됐다면 세 번째로 들어오는 어퍼컷이나 훅 등 더 강력한 공격에 금세 녹아웃 당할 확률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코너에서 체력을 회복하고 정신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위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미 국면은 상당부분 삼성쪽으로 쏠린 게 사실이다. 3차전에서 SK가 이기지 못하면 시리즈는 2010년 삼성이 SK에 당했던 것처럼 단 4경기로 너무나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따라서 3차전 필승이 절실하다.

여러가지 필승 대책을 SK 벤치는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삼성의 리드오프, 배영섭의 봉쇄다. 한 마디로 배영섭을 잡지 못하면 3차전 승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2차전을 보자. 중심타자 이승엽과 최형우가 각각 2점홈런과 만루홈런을 치면서 크게 부각됐지만, 자세히 보면 배영섭의 활약이 그때마다 바탕이 됐음을 알 수 있다. 배영섭은 1, 2차전 모두 1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서 6타수 3안타로 타율 5할에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한국시리즈에서 팀내 최다안타에 타점 2위다. 왜 경계해야 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1차전에서는 희생번트 1개에 1안타로 썩 인상깊은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보였다. 배영섭은 이날 3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만점활약을 펼쳤다. 최형우가 한국시리즈 역사상 3번째 만루홈런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으며 데일리 MVP로 뽑히긴 했지만, 사실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은 0-0이던 3회말 1사 2, 3루에서 중견수 뒤쪽에 떨어지는 2타점짜리 적시 2루타를 날린 배영섭이었다. 배영섭은 이날 7회에도 무사 1루에서 또 2루타를 치며 팀에 추가점 기회를 제공했다.

리드오프, 혹은 톱타자는 팀 공격의 선봉장이면서 동시에 척후병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상대 투수와 만나기 때문에 해당 투수의 컨디션과 구위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다. 또 필수적으로 빠른 발과 센스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야진의 수비 시프트나 그라운드 상태 등을 팀원들에게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해줄 수 있다. 또 가장 많이 타석에 나오기도 한다.

게다가 톱타자가 잘 풀리면 후속 타자들이 한층 공격을 하기 쉬워진다. 그라운드에서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상대 수비의 입장에서는 톱타자의 출루가 엄청나게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올해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배영섭의 활약이 이를 증명한다. 때문에 SK의 입장에서는 다른 타자들도 다 조심해야 하지만, 특히나 선두타자로 나올 배영섭부터 확실하게 처리하고 가야 한다. 그래야 승리가 보인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승리의 옷도 제대로 입을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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