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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길을 가려면? 일단 첫 걸음을 씩씩하게 떼어야 한다. 한국시리즈에서 SK가 승리하려면? 무조건 삼성 1번 배영섭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위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미 국면은 상당부분 삼성쪽으로 쏠린 게 사실이다. 3차전에서 SK가 이기지 못하면 시리즈는 2010년 삼성이 SK에 당했던 것처럼 단 4경기로 너무나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따라서 3차전 필승이 절실하다.
여러가지 필승 대책을 SK 벤치는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삼성의 리드오프, 배영섭의 봉쇄다. 한 마디로 배영섭을 잡지 못하면 3차전 승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차전에서는 희생번트 1개에 1안타로 썩 인상깊은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보였다. 배영섭은 이날 3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만점활약을 펼쳤다. 최형우가 한국시리즈 역사상 3번째 만루홈런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으며 데일리 MVP로 뽑히긴 했지만, 사실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은 0-0이던 3회말 1사 2, 3루에서 중견수 뒤쪽에 떨어지는 2타점짜리 적시 2루타를 날린 배영섭이었다. 배영섭은 이날 7회에도 무사 1루에서 또 2루타를 치며 팀에 추가점 기회를 제공했다.
리드오프, 혹은 톱타자는 팀 공격의 선봉장이면서 동시에 척후병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상대 투수와 만나기 때문에 해당 투수의 컨디션과 구위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다. 또 필수적으로 빠른 발과 센스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야진의 수비 시프트나 그라운드 상태 등을 팀원들에게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해줄 수 있다. 또 가장 많이 타석에 나오기도 한다.
게다가 톱타자가 잘 풀리면 후속 타자들이 한층 공격을 하기 쉬워진다. 그라운드에서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상대 수비의 입장에서는 톱타자의 출루가 엄청나게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올해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배영섭의 활약이 이를 증명한다. 때문에 SK의 입장에서는 다른 타자들도 다 조심해야 하지만, 특히나 선두타자로 나올 배영섭부터 확실하게 처리하고 가야 한다. 그래야 승리가 보인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승리의 옷도 제대로 입을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