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이승엽-정근우 '가을DNA' 진짜 승부는?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10-24 23:30 | 최종수정 2012-10-25 06:17


프로야구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가 24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펼쳐졌다. 1회말 1사 1루 이승엽이 투런포를 날리고 환호하고 있다.
대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0.24/



"시작이 반이다."(삼성 이승엽)

"슬로스타터다."(SK 정근우)

한국시리즈가 본격적인 열전에 들어가면서 '가을 DNA 사나이'의 간접 대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삼성과 SK의 대표적인 '가을 DNA'는 이승엽과 정근우다.

이승엽은 삼성의 간판 거포이고, 정근우는 플레이오프 MVP로 등극하면서 새로운 '가을 DNA'를 발산했다.

이승엽은 24일 1차전 첫 타석에서부터 투런 결승포를 작렬시키며 이번 한국시리즈에서의 인기몰이를 예고했다.

이날 첫 홈런은 과거의 찜찜한 기억도 날려버린 기분좋은 징조였다. 그동안 이승엽은 큰 경기에서 초반 부진하다가 중요한 순간 한방 솜씨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2년 삼성에서 첫 우승을 맛봤던 한국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3승2패로 앞선 가운데 LG와의 6차전을 맞은 이승엽은 마지막 타석 이전까지 타율 1할(20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그러나 9회말 극적인 3점포로 9-9 동점을 만든 뒤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숙적 일본과의 준결승 때도 그랬다. 극심한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는 2-2로 맞선 8회 결승 투런포를 터뜨리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시즌 고국으로 복귀해 10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큰 경기 때면 초반에 부진했다가 막판에 맹활약했던 징크스를 깨뜨리며 첫 단추를 잘 꿴 것이다.

반면 신세대 가을 사나이 정근우는 이번 1차전에서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고군분투하고도 팀이 패하는 바람에 분루를 삼켰다.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지난 롯데와의 PO에서 서서히 달아올랐다가 마지막에 웃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PO 1∼3차전에서 정근우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1차전 박빙 승리(2대1)에서 3타수 1안타를 쳤지만 주인공은 전통의 가을 사나이 박정권과 이호준이었다. 2차전에서는 장타를 2개(2, 3루타)나 때렸지만 타점이나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팀도 4대5로 패하는 바람에 분루를 삼켰다. 다시 1대4로 패한 3차전에서도 그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와신상담하고 있었다.

결국 정근우는 승부처인 4, 5차전에서 벼르고 벼르던 진가를 발휘했다. 4차전에서 4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그는 5회 결승점과 7회 추가점의 주인공이 됐다. 4차전 스코어가 2대1이었으니 정근우가 혼자서 다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5차전에서는 2타수 1안타에 타점과 득점은 없었다. 하지만 3-3이던 5회 희생번트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5-3으로 앞서던 7회 첫 타자 박진만에 이은 연속안타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며 쐐기득점의 다리를 놓았다. 결국 정근우는 PO 5경기 평균 타율 4할4푼4리의 최고 성적으로 MVP의 영광을 안으며 마지막에 웃은 것이다. 정근우 입장에서 이승엽의 쾌조 스타트가 그다지 부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이승엽은 2001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살짝 기분나쁜 추억이 있다. 당시 이승엽은 1차전부터 동점 홈런을 터뜨려 역전승을 발판을 놓으며 먼저 1승을 챙겼다. 하지만 2차전에서도 연속 홈런을 치고도 패하면서 3연패로 이어져 수세에 몰렸다. 1승3패에서 맞은 5차전에서 다시 홈런포를 가동해 승리를 견인했지만 최종 6차전에서 패하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 역시 정근우에게는 호재로 삼고 싶은 대목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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