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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석에서 침착하라, 그리고 삼성 하위타선을 얕보지 마라.'
벌써 3년 째, 늘 가을의 마지막 외나무 다리에서는 사자와 비룡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첫 판은 '비룡' SK의 승리, 둘째 판은 '사자' 삼성이 웃었다. 서로 한 방씩 주고 받은 상황에서 올해 세 번째 '맞짱'이다. 여기서 이기는 팀이 어떤 면에서는 진정한 21세기의 강팀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 약자'인 SK가 지난해의 실패를 극복하고 삼성을 이기려면 무엇을 염두해둬야 할까. '실패를 통한 교훈은 언제나 큰 발전의 초석이 된다'는 금언을 떠올려 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가 보인다. 즉 지난해 패배의 사례를 통해 SK가 조심해야 할 것을 찾아본다면 한국시리즈 승리의 키포인트를 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삼진 경계령', 타석에서는 절대 서두르지 마라
일단은 2011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놓고 분석해보자. SK는 적지인 대구에서 열린 두 경기에서 각각 0대2와 1대2로 패했다. 스코어에서 알 수 있는 매우 아쉬운 패배였고, 충분히 SK가 전세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는 게임이었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던 삼성은 초반 타자들의 경기감각이 살아나지 않아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 2차전 경기기록을 살펴보면 SK의 공격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타자들이 이상할 정도로 많은 삼진을 당했다는 것이다. 1차전에서는 12개의 삼진을 당하더니 2차전에서는 무려 17개의 삼진을 삼성 투수들에게 바쳤다. 특히 2차전 삼성 선발 장원삼은 SK 타자들을 상대로 무려 10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두 경기 합쳐 삼진수 29개, 경기당 평균 14.5개의 삼진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SK 타자들이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필요 이상으로 적극성을 보였다는 뜻이다. 2011시즌을 살펴보면 SK는 삼진을 그리 많이 당하는 팀이 아니었다. 2011 정규시즌에서 SK 타자들은 총 891개의 삼진을 당했는데, 경기당 평균 6.7개 꼴로 전체 5위 수준이었다. 오히려 삼성 타선이 940개로 훨씬 많은 삼진을 당했다.
투수진의 기록은 더 많은 것을 시사한다. SK 마운드는 2011 정규시즌 탈삼진 1위를 기록했다. 1006개로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천 단위를 넘겼다. 반면 삼성 마운드는 841개로 5위 수준이었다. 이런 기록들을 종합해보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타자들이 보다 많은 삼진을 당했어야 하지만, 실제 양상은 정반대로 나온 것이다.
이는 곧 SK 타자들이 너무 성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 투수진의 제구력과 구위도 물론 대단히 뛰어났지만, 그와 더불어 SK 타자들의 공격적인 성향을 역이용해 삼진을 많이 따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SK 타선은 충분히 선취점이나 동점 혹은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 삼진을 당하며 망친 장면을 많이 보여줬다. 올해는 이런 모습이 나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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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또 한 가지 발견할 수 있는 특이사항은 바로 '삼성 하위타선의 포효'였다. 1, 2차전에서 삼성은 딱 2점씩만 뽑았다. 승리하는 데 그리 많은 점수는 필요치 않았다. SK 타자들이 수많은 삼진을 당하며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 타선도 대단히 칭찬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덕분에 체력면에서는 기운이 넘쳤지만, 경기 감각면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때문에 타석에서 그다지 호쾌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는 '해결사'는 분명 있었다. 그런데 적시타가 필요할 때 한방을 날려줘 팀에 승리를 안긴 삼성의 해결사는 공교롭게도 1, 2차전 모두 하위타선에서 나타났다. 1차전에서는 7번타자로 나온 신명철이 4회말 2사 1, 2루때 2타점짜리 결승타를 날렸고, 2차전에서는 '2011 신인왕' 배영섭이 6회말 2사 만루에서 팀에 승리를 안기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배영섭은 9번 타자였다.
7번타자와 9번타자, 사실 이들을 상대하는 투수 입장에서는 어떤 면에서 보면 '쉬어가는 타자'라고도 할 수 있다. 공격보다는 수비력에 초점이 맞춰진 라인업인 측면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프로 1군 선수들이고, 한국시리즈의 당당한 선발 출전선수들이다. 언제든 한방을 날릴 수 있는 저력이 있다. 2011년의 SK 마운드는 이런 점을 간과했고, 결국 하위타선에게 일격을 얻어맞은 것이다. 따라서 올 시즌에도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간과하면 결과는 지난해와 마찬가지일 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