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3년째 삼성-SK 식상? 3가지가 다르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10-23 17:30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가 23일 오후 대구 종합운동장 내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게될 삼성 라이온즈의 류중일 감독과 진갑용, 박석민 그리고 SK 와이번스의 이만수 감독과 정근우, 송은범이 참석했다.
양팀 참석자들이 우승트로피를 어루만지며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대구=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0.23/



'그 나물에 그 밥? 모르시는 말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성사된 삼성과 SK의 3년 연속 한국시리즈다. 한국시리즈가 3년째 양대 강호 삼성과 SK 그들만의 잔치가 돼 버렸으니 맥빠진다는 소리도 들린다.

당대 최강 삼성에 맞서 새로운 강호의 고수가 등장했다면 그 자체가 커다란 볼거리다. 하지만 그 기회가 날아갔으니 삼성-SK팬을 제외한 야구팬들에겐 식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껍질만 봤을 때 이야기다. 소속사가 똑같다고 스토리까지 재탕은 아니다. 올해는 지난 2년간의 한국시리즈와 확연히 다른 메가톤급 3가지 관심사가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의 존재가 있으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 결정전이다. 그리고 2000년대 최강 팀을 가리는 결승전이다.

'이승엽 드라마'가 있다

일본리그 생활을 마감하고 올시즌 국내로 복귀한 이승엽은 영원한 국민타자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타율 6위(0.307), 홈런 5위(21개), 타점 3위(85타점), 득점 3위(84)다. 삼성의 정규시즌 1위를 돕는데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이승엽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한 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야 무언가를 했다고 실감이 날 것 같다"며 한국시리즈를 겨냥했다. 그럴 만하다. 그가 일본으로 진출(2003년 12월)하기 전 두 차례 한국시리즈를 겪으면서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다. 2001년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지만 두산에 2승4패로 밀리면서 첫 우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당시 이승엽은 6경기중 3경기에서 홈런포를 가동하며 최고타자의 명성을 알렸지만 승운은 없었다. 이듬해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제대로 명예회복을 했다. 3승2패로 앞선 가운데 맞은 6차전에서 9회말 극적인 동점 스리런포를 날렸고, 곧바로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이 터져 우승을 견인한 것이다. 9회 마지막 타석 전까지 20타수 2안타로 극심하게 부진했던 이승엽의 이 홈런은 한국시리즈 사상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기억될 정도다. 한국시리즈에서 울고 웃었던 그는 SK를 보면 또다른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일본 진출 이전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3년 아시아 최다 홈런(56개)을 기록하며 한국야구 역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패로 아쉬움을 곱씹었는데 그 아쉬움을 안긴 상대가 SK였다. 이승엽은 올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SK 상대 타율이 3할2푼8리로 시즌 평균보다 좋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그랬듯 이승엽은 큰 경기에서 지울 수 없는 한방의 추억을 많이 갖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승패와 별도로 이승엽의 존재 자체가 이슈일 수밖에 없다.

이긴 자가 WBC 국가대표 감독


이번 한국시리즈는 예년처럼 단순히 삼성과 SK의 국내프로야구 패권 결정전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대표 감독 결정전이다. 내년 3월 제3회 WBC 대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009년 마련한 내부 방침에 따라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다. 한국 프로야구가 제2의 황금기를 맞이하는데 휘발유 역할을 한 것은 WBC와 올림픽에서의 성공이었다. 축구 월드컵과 유사한 WBC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국가대표팀과는 인연이 깊다. 2006년과 2009년 WBC 때 코치로 힘을 보탰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 코치로 금메달을 일궜다. 반면 SK 이만수 감독은 2006년 SK 코치로 돌아오기 전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오랜 기간 코치로 생활했기 때문에 대표팀 지도자 경험은 없다. 단계적으로 코치 과정을 거쳐 국가대표팀 감독까지 승진하느냐(류중일), 단번에 감독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느냐(이만수). 지도자의 명예도 걸린 한국시리즈다.

이번에 이기면 할 말 없기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를 생산하는 삼성과 이동통신 사업자인 SK는 경제계에서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야구판에서는 라이벌도 이런 라이벌이 없다. 1980∼1990년대 '해태 왕조'가 뒤로 밀린 이후 2000년대 들어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한 양대 강호가 삼성과 SK다. SK는 구단 역사(2000년 창단)가 길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전통의 삼성에 버금가는 성과를 거뒀다. SK는 올시즌을 포함해 총 7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13시즌째를 맞는 길지 않은 역사에서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게 5번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은 2000년 이후 SK보다 한 차례 많은 한국시리즈를 경험하게 됐고, 포스트시즌에 실패한 것은 2009년 뿐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횟수에서도 삼성은 4번, SK는 3번으로 호각세다. 지난 2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했을 때는 장군멍군을 불렀다. 2010년에는 SK가 4연승으로 웃었고, 2011년엔 삼성이 4승1패로 설욕했다. 신흥 강호 SK와 전통 강호 삼성에게는 이번 한국시리즈가 진짜 결승전이 될 수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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