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3년연속 동일 매치 미-일사례는 어땠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10-23 10:02 | 최종수정 2012-10-23 10:02


삼성과 SK가 2010년부터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만나게 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만수 감독과 류중일 감독. 스포츠조선 DB

같은 영화를 3번 보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이 그립고 아는 스토리를 밟아나가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는 회수가 많아질수록 감동과 재미가 처음 그대로일 수는 없다. 스포츠에서도 똑같은 매치를 3년 연속 보게 된다면 흥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물론 '시나리오' 없는 스포츠에서 경기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3번 연속 같은 팀이 정상의 무대에서 만났다 하더라도 스포츠로서의 흥미 요소는 존재한다.

삼성과 SK가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다. 지난 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3년 연속 같은 팀이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에는 SK가 4승으로 삼성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삼성이 4승1패로 설욕했다. 그러나 삼성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고 SK가 플레이오프 혈투를 거치고 올라왔기 때문에 삼성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음을 돌아보면 올해도 '보나마나' 시리즈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지난 2년간 우승을 번갈아 나눠 가진 두 팀이 이번에는 전혀 다른 색깔로 진정한 강자를 가리려 한다는 점에서 명승부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도 3년 연속 같은 팀이 정상의 무대에서 만난 사례들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딱 한 차례 있었다. 지난 1921년부터 1923년까지 뉴욕의 라이벌 양키스와 자이언츠가 3년 연속 월드시리즈에서 정상을 다퉜다. 지금 양키스는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꼽히지만, 1920년대 이전에는 아메리칸리그에서 중하위권에 머물던 팀이었다. 당시 아메리칸리그를 주름잡았던 팀은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이었다.

반면 뉴욕 자이언츠는 20세기 초반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이었다. 1905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1911~1913년까지 3년 연속 내셔널리그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양키스는 1921년 베이브 루스, 밥 뮤젤 등 두 거포를 앞세워 아메리칸리그 첫 우승을 차지하며 강자로 등장했다. 그러나 1921년과 1922년 첫 두 번의 맞대결에서는 관록의 자이언츠가 5승3패, 4승무패로 각각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1923년 월드시리즈에서는 양키스가 4승2패로 자이언츠를 누르고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정상에 오르며 '양키스 시대'를 열어젖혔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3년 연속 같은 팀이 재팬시리즈에서 맞대결을 벌인 사례가 3번 있었다. 1951~1953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난카이 호크스가 맞붙은 것이 첫 사례다. 당시에도 최강 전력을 자랑했던 요미우리는 각각 4승1패, 4승2패, 4승1무2패로 3년 연속 패권을 차지했다.

요미우리는 이어 1956~1958년까지 퍼시픽리그 최강자였던 니시테츠 라이온즈와 3년 연속 재팬시리즈 맞대결을 벌였다. 그러나 니시테츠는 요미우리의 콧대를 3번 내리 꺾으며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1956년에는 4승2패, 1957년에는 4승1무로 우승을 차지하더니, 1958년에는 1~3차전을 연속 내준 뒤 4차전부터 거포 나카니시의 홈런포를 앞세워 4연승을 거두며 '리버스 스윕'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요미우리는 60년대 들어 퍼시픽리그를 장악한 한큐 브레이브스를 만났다. 1967~1969년까지 3년 연속 재팬시리즈에서 맞대결을 벌여 모두 4승2패의 전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나가시마와 오사다하루, 쌍포를 앞세운 요미우리는 9년 연속(65~73년) 재팬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의 역사를 보면 팀이 많아질수록, 해를 거듭할수록 정상 도전에 나서는 팀이 다양해지는데, 국내 프로야구는 삼성과 SK가 지난 2005년부터 판도를 장악하고 있다. 이 기간 삼성과 SK는 똑같이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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