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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그리고 아쉬운 최종전 분패.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하위권 팀들이 보면 충분히 부러워할 만한 성적이다. 구단 수뇌부는 "하위권 팀과 우리 팀을 비교할 수 있느냐"라고 말할 수 있다. 비교할 수 있다. 선수층이 두텁지도 않다. 구단의 지원이 더 나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악조건이라면 악조건이다. 감독, 코치, 선수들 모두 지나친 관심 탓에 1년 내내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살아간다. 롯데와 양승호 감독은 한정된 전력을 가지고 올시즌 할 만큼 했다. 이들에게 돌을 던지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차-포 떼고 시작한 시즌, 똘똘 뭉친 선수들
롯데는 올시즌을 앞두고 투-타의 핵심 전력을 잃었다. 4번타자 이대호는 일본무대에 진출했고 15승을 올린 좌완 에이스 장원준은 군에 입대했다. 치열한 순위 싸움 때문에 1승 차이로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갈릴 수 있는 한국프로야구의 실정. 3할-30홈런-100타점이 보장된 타자와 최소 10승이 보장된 투수가 동시에 사라진다는 것은 엄청난 타격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2011 시즌 정규시즌 2위팀이었던 롯데를 4강 후보에서 제외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흔들리지 않았다. 고참부터 막내까지 "두 사람이 없어 성적이 떨어졌다는 말은 듣지 말자"며 똘똘 뭉쳤다. 자신의 개인 성적보다는 팀의 승리를 위해 플레이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자연히 접전에서 이기는 경기수가 늘었다.
양 감독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선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감독의 지도 스타일도 선수단 분위기와 특성을 고려해 다양하게 바뀐다. 감독이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선수들에게 지시하는게 필요한 팀도 분명 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이런 지도방식이 스스로 똘똘 뭉친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고참급 선수는 "이렇게 선수들이 하나로 뭉친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며 개인주의가 팽패했던 롯데의 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음을 시사했다.
60억 효과 있었나
이대호와 장원준을 떠나보낸 롯데는 60억원의 거액을 들여 FA 투수 정대현과 이승호를 영입했다. 구단과 팬들은 "두 수준급 불펜 투수들의 영입 만으로 우승권에 근접한 것 아니냐"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외부의 생각. 현장에서는 이 60억의 투자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우리는 이만큼 투자를 했으니 성적으로 보여달라'라는 메시지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투수 2명이 합류했다고 해서 단숨에 우승을 차지한다면 어느 팀이나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 두 사람이 100% 활약을 한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두 사람은 올시즌 개점휴업이나 다름 없었다. 정대현은 스프링캠프에서 왼 무릎에 탈이나 수술, 정규시즌 막판에야 팀에 합류했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기대 만큼의 투구를 보여줬지만 친정팀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부진했다. 이승호의 부진은 더욱 뼈아팠다. 계약 등의 문제로 지난 겨울 운동을 제대로 못했다지만 구속, 구위, 제구 모두 수준이하였다. 24억원을 들여 영입한 투수를 롱릴리프나 패전처리로 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감독의 속은 더욱 타들어갔다.
그나마 롯데가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양 감독이 직접 영입을 지시한 김성배 덕이었다. 두산 시절부터 눈여겨보고있던 김성배가 2차드래프트에 나오자 양 감독은 주저없이 그의 영입을 지시했고, 김성배는 이번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믿음직한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한 야구해설가는 "김성배가 없었다면 올시즌 롯데는 4강에도 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성배 뿐 아니라 롯데는 올시즌 김사율-최대성-이명우의 신데렐라 불펜진을 탄생시켰다. 누구도 이 세 사람의 올시즌 활약을 예상하지 못했다. 코칭스태프의 헌신적인 노력과 뒷바라지가 이들의 활약을 만들어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