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플레이.'
2루수와 유격수는 수시로 사인을 주고 받으며 약속된 플레이를 펼친다. 특히 1루주자가 2루로 도루를 할 때 유격수와 2루수 중 누가 베이스 커버를 들어갈지는 미리 정해 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둘다 베이스를 들어가거나 아무도 안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타석에 오른손 타자가 나올 경우 2루수가 베이스커버를 들어간다. 아무래도 타자는 당겨치기 때문에 1-2루간 보다는 2-3루간으로 타구가 많이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때 유격수는 평소와 같은 위치에 서거나 2루 쪽으로 조금 당겨서 수비위치를 잡고 2루수는 2루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 상대 타자가 왼손일 경우엔 반대로 유격수가 커버를 들어간다. 이는 병살 플레이를 위한 포지션이기도 하다.
히트앤드런 사인이 났을 때 타자가 밀어쳐야 한다는 것은 이런 수비 포메이션을 역이용하겠다는 뜻이다. 왼손타자가 2-3루 사이로 밀어치면 유격수가 2루로 커버를 들어가기 때문에 그만큼 안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2일 플레이오프 5차전서 키스톤 플레이의 약속된 플레이가 어긋날 때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나왔다. 3-4로 뒤진 5회말 롯데의 수비. 2사 1,3루 SK 박정권 타석 때 사건이 터졌다. 볼카운트 3B1S에서 롯데 투수 송승준의 5구째에 1루주자 최 정이 2루로 뛰었다. 스트라이크가 돼 풀카운트가 됐고 공을 받은 롯데 포수 강민호는 지체없이 2루로 던졌다. 그런데 2루엔 2루수 박준서도, 유격수 문규현도 없었다. 강민호의 송구가 마치 중견수앞 깨끗한 적시타처럼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통과했다. 3루주자 박재상이 홈을 밟았고, 최 정은 3루까지 달렸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데 던진 강민호의 시야도 문제였지만 당연히 들어와야 할 베이스 커버를 하지 못한 키스톤 콤비에 1차 책임이 있다. 롯데는 수비 미스로 자멸하며 경기 후반 쫓아갈 힘을 잃어버렸다.
롯데는 지난 2010년 두산과의 준PO 5차전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당시 3-9로 뒤진 6회말 2사 1,3루서 손시헌의 2루 도루 때 아무도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지 않았고 포수 강민호의 송구는 중견수로 날아갔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